서울 지하철 '태그리스 결제' 미뤄질 수도…예산 확보 난항
국토부·서울시 지원 반려…공사 내부 예산안 심사서도 누락
예산처에 조정 요청…협의 안 되면 내년 시행 어려워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국토교통부·서울시에 이어 서울교통공사 내부적으로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서울 지하철에 적용 예정이었던 '태그리스 시스템'의 도입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공사 내 태그리스 시스템을 담당하는 부서는 예산처에 2025년 1차 예산편성 심의결과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예산처가 태그리스 시스템을 투자심사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으며 내년도 예산에서 배제한 데 따른 조치다. 예산이 확정되는 12월 말 이사회 전까지는 공사 내부적으로 조정 등 절차를 거쳐 사업 예산을 협의할 수 있다.
예산처는 사실상 사업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리스는 대중교통 승·하차 시 교통카드 단말기에 카드나 휴대전화를 접촉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용자의 정보를 인식해 요금을 결제하는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 재정 상황이 워낙 좋지 않으니 내년으로 예정됐던 사업 시기를 내후년으로 연기하든가 다른 투자유치 방법을 한 번 찾아봐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2021년 9644억 원, 2022년 6420억 원, 지난해 5173억 원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요금 현실화율은 55%로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858원씩 손해를 본다.
사업 부서는 그럼에도 태그리스 시스템이 도입이 긴급한 사업이라고 판단해 조정을 요청했다.
사업 부서 관계자는 "미래 결제수단인 태그리스 기술을 두고 표준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시스템 선제 도입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핵심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며 "교통 약자 등의 이동 편의를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8일 조정 회의에서 사업의 시급성·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예정대로 내년에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예산 배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공사는 2025년 1~8호선 전체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기술실증과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앞서 2022년 국토교통부, 올해 서울시에 투자·지원을 요청했으나 두 기관 모두 요청을 반려했다. 국토부는 전국 단위 사업이 아닌 만큼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봤고, 서울시는 시 재정보다는 공사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사업이라고 답변했다. 이번에 공사 자체 예산 반영이 안 될 경우 내년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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