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유족 "이충상 인권위원 2차 가해 발언 사과하라"

인권위 국감 출석 "'스스로 많이 모여서 난 사고' 2차 가해 발언"
"유가족에 막말까지"…"자녀 잃었는데 인간적으로는 미안"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24.8.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발언이 2차 가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 고(故) 이재현 학생의 어머니 송혜진 씨는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권위 국감에서 "이충상 위원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반대 문건을 배포하면서 '피해자들이 스스로 너무 많이 모여서 난 사고다', '피해자 권리를 명시하는 특별법이 없다'며 참사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2차 가해성 발언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송 씨는 "극우 유튜버나 악성 댓글에서나 볼 법한 막말을 인권위원에게 저희가 들었다"며 "저희 아이가 저런 말들을 견디다 못해서 세상을 등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송 씨의 아들 이재현 학생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지만 참사 현장에서 친구 2명을 잃고 온라인에 떠도는 2차 가해 발언에 괴로워하다 참사 4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 씨는 "이충상 위원은 '놀기 위해 모여서 죽은 사고가 5·18보다 더 귀한 참사냐'면서 희생자의 생명을 비교하며 욕보였다"며 "속기록에는 없지만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억지 부리지 마라', '어디서 저런 게 기어들어 왔느냐'며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창호 인권위원장에게 "인권위에서 발간한 혐오 표현 안내서에 따르면 재난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나 낙인찍는 행위, 예를 들면 '자식 팔아 장사한다', '놀다가 죽었다'는 것은 명확한 혐오 표현"이라며 "이충상 위원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안 위원장은 "(이충상) 본인으로부터 이렇게 말하게 된 경위와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다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별법은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고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씨는 이 위원에게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하는 인권위원이 재난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 발언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위원은 "자녀를 잃으셨는데 인간적으로는 미안하다"고 답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