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조위 내년 초 조사 개시…진상규명 미완 '사참위'와 다를까
조사신청 현재 5건…다음달부터 유족들 개별 조사신청 계획
짧은기간·강제권한 없어 한계…사참위 3년반 활동에도 조사 미완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출범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지난 29일 기준 특조위가 접수한 조사신청 건수는 모두 5건으로 확인됐다. 특조위는 이르면 내년 초 조사를 개시할 전망이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특조위는 지난 26일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 시민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자체 부스를 설치해 참사 생존피해자 및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신청과 제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접수된 조사신청 건수는 모두 3건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조위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에서 제출한 단체 조사신청서에 이어 지난 25일에는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의 유가족이 제출한 조사신청서를 접수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 2주기 관련 행사 일정이 마무리가 된 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특조위에 개별 조사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유가족은 물론 당시 참사로 피해를 본 사람, 구조나 수습에 참여한 사람,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사람 등은 내년 6월 30일까지 조사신청을 할 수 있다.
특조위는 현재까지 총 7차례 전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특별법 시행령과 자체 규칙을 의결하는 등 활동을 위한 제반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특조위는 조사관을 선발하고 조사를 위한 교육 과정을 거친 뒤 확보된 예산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1월 조사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조위는 법적 책임만을 따지는 사법 당국과 달리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유족 인계 과정, 소방과 경찰 등 각 기관의 대응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대통령실 이전이 당시 관련 기관에 미친 영향이 있었는지, 참사 피해자들 간 연락을 차단하는 시도가 있었는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상 특조위 활동 기한은 조사 개시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1년이다. 기간 내 활동 완료가 어려우면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159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300여 명에 이르는 피해 규모에 비해 기간이 짧아 특조위 활동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 때도 이듬해 설치된 세월호 참사 특조위는 당시 유족 사찰 의혹과 정권 차원의 방해 정황 등 논란에 휩쓸리면서 1년 3개월 만에 큰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년 6개월간 활동했지만 그마저도 진상규명 조사를 완료하지 못해 사참위가 상설 중대재난조사위원회를 설립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사참위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도 있었지만 이태원참사 특조위에는 없어 조사 강제력도 부족하다. 각 정부 기관의 협조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특조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조위는 지난 8일 서울시와 경찰청, 대검찰청, 소방청,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등 관련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태원참사 관련 기록물 폐기를 금지하고 보유·폐기목록 제출을 요청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제에서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여된 과업을 어떻게 완수할지 고민하고 그 과업을 반드시 완수하고자 한다"며 "국회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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