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상황 생길 땐…국과수 "페달서 발부터 떼야 한다"

edr·페달캠·물리적 흔적 분석…시청역 참사 '페달 자국' 주효
내년부터 모든 스마트폰에 보이스피싱 예방기술 탑재

7월 광주 동구 대인동 대인시장 주차장에서 급발진 주장이 제기된 차량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제공) ⓒ News1 이승현 기자

(원주=뉴스1) 박우영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급발진 주장 364건을 검증한 결과 원인 규명이 가능한 321건 모두 운전자의 페달 조작 실수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edr)·페달 블랙박스 영상(페달캠)·물리적 흔적 3개 요소를 중점적으로 활용해 급발진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30일 국과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감정한 급발진 주장 364건 가운데 321건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던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43건은 차량 훼손 등으로 원인을 분석하지 못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급발진이라고 하는 것의 과학적 진실은 운전자가 순간 당황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라며 "급발진 의심 상황이 생기면 우선 페달에서 발을 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edr에 가중치를 두고 급발진 의심 건을 규명하고 있다. edr은 차내 제어기 부품에 남아있는 조작 기록이다. 충돌 5초 전부터 0.3초 뒤까지의 정확한 운전자 행위를 모두 기록한다. 가속·브레이크 가운데 어느 페달을 밟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조향을 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기록 조작이 불가능하며 차량당 20~50개인 분야별 제어기 중 어느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제어기 기록으로 훼손된 데이터까지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법원과 의회는 edr을 관련자 진술 등보다 신뢰도가 높은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페달캠은 페달부를 촬영한 영상이다. 운전자가 사비를 들여 설치해야 하지만 명확하게 육안으로 페달 조작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시청역 참사의 경우처럼 페달이나 신발에 물리적 자국이 남은 경우에도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시청역 참사 당시 운전자 차 모 씨의 신발 밑창에서는 가속페달의 흔적이 발견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강한 접지력 없이는 자국이 남지 않는다"며 "사고 시점에 어떤 페달을 밟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국과수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 개발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 중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일본은 정책 보조금 지원으로 페달 오조작을 제한하는 서포트 카를 널리 도입했다"며 "우리도 서포트 카 보급, 운전자 면허 기준 현실화 등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과수는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는 딥페이크 탐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 등 6개 기관과 합동 사업도 수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휴대폰 통신3사(SKT·KT·LG)에서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 통화 중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는 법심리 부검을 전담해오고 있다. 군내 자살 사건·서이초 교사 사건 등 원인 규명이 필요한 자살 사건이 의뢰되면 수사기록·유서·SNS·주변인 진술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사망자의 감정과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한 건당 두세 달씩 시간이 걸린다"며 "유가족 측 입장과 제출 자료를 모두 분석하고, 심층 면담으로 상실에 따른 심리적 고통에 대응할 방법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고 알렸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