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짖어봐" 관리사무소장에 폭언…"2000만원 위자료 지급"

경찰 고소하자 "죽여버린다" 협박…피해자 상대 수차례 소송도
직장갑질119 "갑질에 경종 울리는 판결…법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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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아파트 경비 및 관리사무소 노동자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은 입주민이 피해자들에게 수천만 원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이아영 판사는 지난 8월 28일 입주민 이 모 씨가 관리사무소장 A 씨와 관리사무소 직원 B 씨에게 각 2000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사는 그간 입주자대표회장에게도 피해자들을 해고하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소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씨가 입주자대표회장 C 씨에게 500만 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원고들(피해자들)이 피고(이 씨)의 범죄 행위로 인해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봤다.

이 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통상적인 재판청구권 행사 범위를 넘어 원고들을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부터 경비와 미화, 관리사무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 부당 지시를 반복해 10여 명을 그만두게 한 인물이다.

이 씨는 아파트 내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경비원들에게 흡연구역을 10분마다 순찰하라고 지시하거나 상가 에어컨 청소, 개인 택배 배달 등을 지시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겠다"며 업무태만 민원을 제기했다.

관리사무소장 A 씨는 이 씨로부터 '죽은 부모를 묘에서 꺼내오라', '개처럼 짖어보라'는 등 폭언을 듣기도 했다. 참다못한 A 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이 씨는 A 씨를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하며 소란을 피우고, 피해 사실을 같이 진술한 B 씨에게는 퇴근하는 것을 뒤따라가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며 협박했다.

이 씨는 1심에서 폭행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해당 판결은 지난해 10월 5일 확정됐다. 이 씨는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지난 6월 28일 확정됐다.

직장갑질119는 "입주민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은 아파트 입주민 등 특수관계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갑질'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오히려 계약 종료되는 등 불리한 처우를 당하기 일쑤"라며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 장재원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행위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 만큼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괴롭힘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위자료 수준을 더 상승시킬 필요가 크다"며 "손해배상 외에도 피해자를 보호, 지원할 수단을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