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2년] ①CCTV 전 국토 감시하지만…'좁은 도로' 여전

전국 CCTV 40만개 '통합'…인파 모이면 인공지능 자동 경고
초동 대응체계 강화…불법건축물 사실상 방치

6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됐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과학기술 중심으로 국가 재난 대응시스템을 개편했다. 전국 163개 지자체 폐쇄회로(CC)TV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됐으며 정부는 2027년까지 모든 CCTV를 인공지능형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지자체장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이 부여되고 소방·경찰이 상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초동 대처를 맡은 기관의 재난대응 체계도 개선됐다.

다만 애초 도시계획보다 도로를 좁게 만드는 안전 위협 요인인 불법건축물 문제는 개선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63개 지자체 CCTV 40만여대 한곳서 확인…3대 중 1대는 '인공지능'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CCTV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으로 163개 지자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링 체계가 연동됐다. 전국 39만 6280대의 CCTV 카메라가 통합돼 해당 지역 어디서 사고가 나든 중앙·지역이 합동대응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CCTV 59만 9142대 가운데 34.4%인 20만 5845대에는 지능형 CCTV 시스템이 도입됐다.

지능형 CCTV는 재난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핵심 요소다. 인공지능이 특정한 행동(쓰러짐·군집)은 물론 '등교시간 학교 앞' 등 특정 조건별로 위험 요소를 포착해 모니터에 우선적으로 띄운다.

특히 1㎡당 4~6인이 밀집하면 이를 경보음으로 관제 요원에게 알리는 등 인파 밀집 예방에 핵심 역할을 한다.

지난해 1월 13만 대였으나 약 1년 새 7만 6000대가량 늘었다. 행안부는 지난해 1월 이태원 참사 후속대책격인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100% 도입을 약속했다.

SKT·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의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인파 관리가 가능한 '인파관리시스템', 1시간 내 3건 이상의 비슷한 신고가 반복되면 경찰이 최우선적으로 출동하도록 한 '반복신고 감지시스템'도 도입됐다.

경찰·소방 재난대응 '원팀'…재난 때 지자체장이 지휘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는 소방·경찰이 신속한 초동 대처를 위해 7월부터 서로의 시·도 본부에 72명씩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상황실에도 '상황관리관'을 파견하며 사실상 재난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경찰 간 소통 문제로 구조·이송이 늦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재난사태선포권이 시·도지사에게 부여되며 현장 지자체가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재난사태를 선포한 지자체장은 소방·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 기존에는 4개 단계를 거쳐 행안부 장관이 재난사태를 선포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2개 단계만에 지자체장이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지자체장에게는 핼러윈 등 주최자 없는 축제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할 의무도 부과됐다.

골목 좁히는 '불법건축물' 오히려 증가…"엄격히 관리해야"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한 정책이 대거 시행됐으나 근본적으로 인파 형성에 기여하는 요인인 불법건축물 등 문제는 개선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이태원 참사 뒤 불법건축물을 활발히 단속했으나 관내 불법 건축물은 지난해 9월 8만 5716개에서 이달 8만 6666개로 오히려 늘었다. 실질적으로 길목을 좁히는 무허가·무신고가 8만 2910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불법 건축물 소유주의 상당수가 이행 강제금보다 불법 증축에 따른 이익이 크다는 이유로 강제금을 내가며 불법 건축물을 방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불법건축물 제어 수단인 이행강제금의 징수율도 떨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범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징수율은 2021년 80%, 2022년 71%, 지난해 65%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의원은 "소유주들은 애초에 불법건축물인 줄 모르고 매입하는 등 부당한 경우가 있는 데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쌓여가는 이행 강제금을 납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시의회에서 제도 실질화를 위해 이행강제금을 상향하는 조례도 발의된 적이 있으나 유권자들의 입김이 있는 만큼 통과는 어렵다"고 전했다.

국회는 징수율이 떨어지자 올해 이행강제금 최대 경감률을 기존 50%에서 75%로 상향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빚었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 이행강제금 징수율을 높인다는 취지이나, 사실상 불법건축물에 면죄부를 주는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서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 건축물은) 지자체나 행사 주최 측 등이 파악하고 있는 도로 넓이를 변화시킬 수 있어 인파 관리에 위험 요인이 된다"며 "사정을 봐가며 예외를 허락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모두가 법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