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비명 인식해 경찰 신고, 마약 중독 치료하는 뇌파기기

[르포]국제치안산업대전 가보니…신고자 위치 정밀 추적 기술도

2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마약 중독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경찰청과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26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인천=뉴스1) 이기범 기자 = 외마디 비명에 비상벨이 울리고, 폐쇄회로(CC)TV가 현장을 비춘다. 경찰에 신고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비명 인식 비상벨'의 모습이다.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는 비명 인식 비상벨을 포함해 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이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한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는 "단순히 음성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딥러닝을 기반으로 비명인지, 일반 발성인지 구분하고 남녀노소를 분별해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음성인식 비상벨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건지 문이 닫히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또 60dB 이상 소음 환경에서 발생한 비명도 95% 가까이 인식한다.

비명 인식 비상벨은 현재 서울 서초구 13곳 등 지자체 100여 곳에 설치됐다. 업체 측은 일반 소비자 대상(B2C)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비명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위험 상황을 인식하는 방식의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번 행사는 경찰청과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며 205개 사가 참여해 193개 부스를 꾸렸다. 올해 행사 사전 등록자는 1만 4000명으로 지난해 8000명보다 크게 늘었다. 경찰청은 올해 행사 기간에 지난해보다 10억 원가량 증가한 60억 원 이상의 수출 계약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치안 분야 우수 기업을 선정하는 '치안산업대상'이 신설됐다.

'치안산업대상'을 수상한 엘마인즈의 '비명인식 비상벨' 2024.10.2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이걸로 마약 중독 치료도 됩니다."

부스 한편에는 머리에 쓰는 AI 뇌파 분석 기반 맞춤형 관리 기기가 놓여있었다. 올해 치안산업대상을 받은 이 기기는 뇌파를 측정해 뇌 질환이나 마약 중독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감도 센서로 뇌파와 맥파를 동시에 측정해 AI를 기반으로 뇌의 기능적 이상을 확인하고, 머리뼈를 투과하는 근적외선 빛을 통해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해 뇌 기능을 회복시켜 중독 문제를 치료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기를 개발한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는 "주 3회, 8주간 사용하면 중독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분석 기능은 미국 FDA, 식약처 등 허가가 났으며 치료 기능은 임상시험 단계"라고 말했다.

전주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도 범죄 피해자나 실종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는 기술로 치안산업대상을 받았다.

해당 기술은 와이파이 등 무선 신호를 활용해 근접한 위치를 탐색하는 기술로, 구조 요청자를 정밀하고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112를 통해 실종자나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이동통신사에 탐색을 요청하고, 이동통신사는 구조 요청자의 스마트폰 무선 신호 리스트(Wi-Fi MAC List)를 경찰에 전달한다.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정밀탐색기 등을 이용해 와이파이 신호 강도에 따라 주변을 수색해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파주·관악·송파·성남 중원·서천·구미 등 6개 경찰서는 현장 실증을 거쳐 3개월간 실제 55건의 구조 사례를 기록했다. 또 올해 8월부터 서울청 31개 경찰서가 실증을 진행 중이며 구조 사례는 현재까지 31건에 이른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70대 노인이 산에서 실종됐다가 정밀탐색기를 활용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단 해당 기술은 아직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며 애플 아이폰 등 외산 휴대전화기에서는 쓸 수 없다.

전 연구원은 "과거에는 위치 추적을 할 때 오차가 100~500m 이상이 나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압 센서, LTE, 와이파이, 블루투스 정보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정확도를 50m 이하로 들어오게끔 3차원 위치추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와이파이 신호로 범죄 피해자나 실종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는 '정밀탐색기' 2024.10.23/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