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합정역 의식 잃은 청년 '절체절명'…경찰 부부의 등장

문강건·김재은 경장 부부 심폐소생술…'쿵쾅쿵쾅' 다시 뛴 심장
만삭 아내와 나들이하다가 현장 목격…"골든타임 놓치면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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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어머 어떡해."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승강장 앞에서 시민 5~6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웅성거렸다.

한 젊은 남성이 얼굴을 바닥에 박고 쓰러져 있었다. 남성은 숨을 쉬지 않았고 의식이 없었으며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 남성을 둘러싸고 "어떡해"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남성의 입 주변에는 피가 흥건했다.

모두가 당황해 이렇다 할 조처를 하지 못하는 절체절명 순간. '현장 지휘관'을 자처한 이가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경무기획과 소속 문강건 경장(32)이었다. 문 경장은 만삭인 아내와 콘서트를 보러 주말 나들이를 하다가 현장을 목격했다. 아내인 김재은(27) 경장도 현직 경찰관으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당산지구대 소속이다.

문 경장은 웅성이던 사람들을 제치고 망설임 없이 남성에게 다가가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김 경장에게는 CPR 시작 시각과 현 시간을 계속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왕좌왕하던 시민들에게는 경찰임을 밝히고 안심시킨 뒤 119 신고를 부탁했다.

문 경장이 심폐소생술을 하자 다른 시민들도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도왔다. 김 경장과 다른 시민이 남성의 양쪽 팔다리를 주물렀고, 또 다른 시민 두 명은 바닥에 흘린 피를 닦았다.

"하나, 둘, 셋…" 문 경장이 4분간 쉴 새 없이 CPR을 이어가던 중 미동 없던 심장이 다시 쿵쾅쿵쾅 뛰었다. 이내 남성은 밭은 숨을 몰아쉬며 의식을 되찾더니 파랗게 질려있던 낯빛도 점차 돌아왔다.

몇 분 뒤 남성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무사히 인계됐다. 자칫 몇 분만 늦었더라도 위험할 수 있었지만 문 경장의 신속한 조치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심정지 후 4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는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경장은 "아버지도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골든타임(환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적기)을 놓쳐서 후유 장애를 얻었다"며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걸 평소 인지하고 있어서 산소가 공급된 시간을 계속 체크하면서 CPR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으로서 어려움에 처한 시민 있으면 바로 조치해야 한다고 배워서인지 몸이 바로 반응한 거 같다"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서울경찰청 경무기획과 소속 문강건 경장, 영등포경찰서 당산지구대 소속 김재은 경장(문 경장 제공)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