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엉덩이 성추행한 지적장애 중년남…아직도 동네 돌아다닌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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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횡단보도 앞에서 지적장애 남성으로부터 성추행당했지만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더욱 상처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적장애인 성추행 처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초반 여성이라고 밝힌 A 씨는 "한 달 전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출근길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데 갑자기 등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뒤돌아보려는 찰나에 어떤 남자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충격받은 A 씨가 바로 비명 지르고 욕하자, 남성은 놀랐는지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 도망갔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으며, 주변에서 문제의 남성을 수상하게 여기고 지켜보던 남성이 "뒤에서 사진도 찍은 것 같다"고 진술해 줬다.

A 씨는 "진술서 적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종일 범인의 얼굴과 성추행당한 당시가 떠올라 손발이 떨리고 무서웠다"며 "이후 경찰에게 연락받았는데, 그 남성이 원래 따라가던 여성이 있었는데 중간에 저로 타깃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 따르면,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가해 남성은 키 180㎝의 흰머리가 군데군데 있는 스포츠머리 스타일이었고 당시 성경책을 쥐고 있었다.

남성은 횡단보도를 급히 뛰어간 이후 A 씨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걸어서 도주했고, 동선에 혼선을 주려는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2주 뒤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했다며 "남성은 지적장애인이다. 조사는 아직 안 했고, 누나와 살고 있는데 누나한테 단도리 잘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A 씨가 "지적장애인이라고 해서 잘못한 게 무마되는 거냐"고 따지자, 경찰은 "조사는 일반인과 똑같이 진행되고 검찰에 송치할 거다. 결과 나오면 우편으로 보내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내가 피해자인데 왜 법이 단도리하는 게 아니고 같이 사는 누나를 단도리하냐. 어이없었다"며 "지적장애 범죄자가 더 피해자 같다는 생각에 화가 나고 열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사받는다고 하니 어떻게 되는지 연락이 오겠지 싶어서 2주 정도 기다렸는데, 범인을 또 출근길에 마주쳤다. 유유히 성경책을 들고 저를 지나 자기 갈 길 가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A 씨가 경찰에 연락해 "방금 범인 마주쳤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묻자, 경찰은 "일단 이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며 말을 흐렸다고 한다.

A 씨가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 한들 본인이 잘못 인정하고 인지하는데 그게 참작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하자, 경찰은 "그건 판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답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1㎞ 넘는 거리를 다른 여자를 쫓다가 중간에 저로 바뀌었는데도 경찰은 '지적장애인이라서'라는 말뿐"이라며 "경찰 대응이 더 어이없고 상처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범인도 아무렇지 않게 종교 생활하며 동네 돌아다니는 것도 화가 난다. 출퇴근길이 항상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분명 처벌받을 거니까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려라", "피의자 특정하고 검찰 송치했다면 경찰로서는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아직도 피해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참", "장애인이더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 받아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