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 더 소중한 눈"…어느 수의사의 선물[벳앤패밀리]

눈 치료 후 새 가족 찾고 있는 고양이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질병 치료 사례

편집자주 ...강아지(애견), 고양이(애묘)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보호자들의 가장 큰 소원이다. '벳앤패밀리'는 수의사(벳)+가족의 합성어로 '뉴스1'에서는 동물병원을 찾은 가족들의 사연을 연재한다. 이를 통해 동물을 더욱 건강하게 키우고 수의사와 보호자가 소통하며 웃을 수 있는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을 진행한다.

안구가 손상된 상태로 구조된 길고양이(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새끼 길고양이 눈에서 피고름이 나는데 치료 가능할까요? 눈을 잃더라도 살 수만 있게 해 주세요."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잖아요. 앞을 볼 수 있도록 눈도 최대한 살려보겠습니다."

구조 당시 한쪽 눈이 심하게 손상돼 치료가 시급했던 길고양이 치즈. 구조자들은 최악의 경우 안구 적출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치즈의 진료를 맡은 동물병원 수의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고양이의 눈을 살리고 싶었다. 수의사의 강한 의지는 기적을 낳았다. 한쪽 눈을 잃을 뻔한 치즈는 수술을 받고 세상을 온전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안구 적출 대신 원 상태로 돌리는 수술을 받고 회복한 길고양이(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17일 고양이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에 따르면 치즈는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의 모처에서 구조한 새끼 고양이다. 나이는 생후 6개월령으로 추정됐다.

치즈를 구조한 곳 주변은 번화가였다. 곳곳에 구조물이 많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길고양이가 살기에 위험한 곳이었다.

상인들 말로는 인근에 치즈의 어미와 형제 고양이들이 있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줄로만 알았던 치즈는 어느 날 눈에 큰 손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소식을 들은 나비야사랑해는 구조에 나섰다.

활동가가 치즈를 안고 긴급히 찾아간 곳은 서울 양천구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24시 응급시스템을 갖춘 곳이라 곧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수의사 진단 결과 치즈는 초기 눈병을 방치해 과염증 반응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종양도 의심됐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내원한 치즈는 진료 받는 동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활동가는 눈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다른 쪽 눈도 영향을 받고, 합병증으로 인해 생명까지 위태로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치즈의 진료를 맡은 차진원 원장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눈을 살릴 수도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CT 촬영 후 안구의 위치와 모양을 확인한 차 원장은 적출이 아니라 원래 상태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염증이 안구 내 근육층까지 침투했던 것. 그는 치즈의 안구 근육을 절제한 후 사시를 교정했다. 이후 안검성형을 시도해 정상에 가까운 눈 모양으로 교정했다.

치즈가 앞을 볼 수 있게 되면서 활동가들은 기뻐했다. 의료진들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는데 뿌듯함을 느꼈다.

차진원 원장은 "길 위의 생명이라고 해서 눈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최고의 방법을 찾아 최선의 치료를 하고자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자칫 잃어버릴 뻔한 눈을 선물 받은 치즈는 새로운 가족을 찾아 반려동물로 살아갈 예정이다.

나비야 사랑해 관계자는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고 치즈를 살려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삶의 희망을 안겨준 고양이가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길고양이 안구 수술을 집도한 차진원 수의사(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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