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의료기관 부적합 정신병원 140곳…재평가 안 받고 '영업 중'
재평가 의무사항 아냐…140곳 중 재평가 받은 데는 '0'곳
전진숙 "의료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해 환자 안전 보장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에서 평가를 거부해도 제제할 수단이 없고 일부 병원은 합격 판정을 받는 등 평가 제도가 유명 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2023년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의료기관 중 353개소 중 1년 내 재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은 5개소에 불과했다. 특히 2021년~2023년에는 140개소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1년 내 재평가를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
정신의료기관 평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규정된 법적 의무사항이다. 다만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으로 갈음할 수 있으며, 인증의 경우 평가에 비해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정신병원 인증기관에만 중간현장조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는 중간현장조사를 통해 의료기관 인증의 사후관리를 진행하지만, 정신병원은 자체평가만으로 인증이 유지된다.
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평가를 거부하거나 불합격한 병원에 대한 재평가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불합격한 병원에 대해서는 의료평가인증원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데 그칠 뿐 사실상 후속 조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재평가를 받지 않고도 병원 운영은 가능해 평가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불합격한 해상병원은 2016년 4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병원은 2021년 합격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 4월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평가 기준에는 '격리/강박을 적절하고 안전하게 수행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이 부분에서 '상'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블유진병원도 2021년 시행한 인증 평가에서 '적절하고 안전한 격리/강박 규정이 있고 이를 준수한다'는 항목에 '완전히 달성함'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이 병원에서는 지난 5월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가 격리·강박돼 치료를 받던 30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가에 합격했던 기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아예 평가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인증 평가에서 합격 결과를 받은 춘천예현병원은 2022년 1월 격리실에서 251시간 동안 묶여있던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 병원은 이듬해 평가를 거부했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전진숙 의원은 "정신의료기관은 신체적 구속이 가능한 장소인 만큼, 꼼꼼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며 "의료법 및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등으로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 환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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