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아빠) 남았다"…친모·이부동생 죽이고 아내에게 전화

용인 일가족 살해범, 재혼 가족 죽이고 출국 강제송환[사건속 오늘]
살아남은 '여동생' "유튜버로 생계…아버지 빚 떠안아 생활고까지"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관씨. 2018.1.15/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저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입니다."

지난 2023년 2월,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한 헬스 유튜버 '온도니쌤' 전희라 씨가 6년 동안 혼자 품고 있던 아픔을 고백했다.

전 씨는 7년 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이른바 '김성관 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피해자 유족이었다.

유명해진 뒤 마침내 공론화에 나선 전 씨는 가해자인 새 오빠의 사형 선고를 외치며 용기 내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친모·계부·이부동생 살해한 새 오빠…도주 중 명품 쇼핑

전 씨에 따르면 그가 6살 때 아빠가 재혼하면서 새엄마 A 씨와 6세 많은 새 오빠 김성관 씨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전 씨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아빠와 A 씨 사이에서 이복동생 B군이 태어났다.

그러던 중 전 씨는 2017년 10월 21일 아빠와 A 씨 그리고 B군까지 모두 잃게 됐다. 범인은 새 오빠 김 씨였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 씨 여동생의 신고를 받고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한 119구조대원은 안방 베란다에서 겹쳐 있는 A 씨와 B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 씨는 유명 범죄 영화처럼 친모 A 씨와 이부동생 B 군을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 혈흔을 처리해 베란다로 옮겼다. 이어 방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특히 시신에는 밀가루를 뿌려 영화 속 범죄를 재현했다.

이어 김 씨는 A 씨의 체크카드를 훔쳐 달아난 뒤 같은 날 오후 5시쯤 계부를 만나 "펜션 사업을 할 거다"라며 강원도에 싸게 나온 펜션을 보러 가자고 유인했다.

김 씨는 계부를 태우고 강원도로 향하던 중 평창군의 한 도로변 졸음쉼터에서 준비한 흉기와 둔기로 계부를 살해하고 시체를 트렁크에 실었다. 김 씨는 횡성에 있는 리조트까지 간 뒤 이곳에서 아내 정 모 씨와 하룻밤을 묵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김 씨가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확인했고, 그 이후 A 씨와 B 군이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이 없는 점을 미루어 김 씨가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다음 날 김 씨 부부는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서 뉴질랜드 항공권을 구입한 뒤, 이튿날인 23일 오후 5시쯤 두 아이를 데리고 출국했다.

범행 직후 A 씨 계좌에서 1억 2000여만 원을 빼낸 김 씨는 공항 면세점 명품관에서 400만 원 상당의 쇼핑을 했으며, 뉴질랜드에 도착해 고가의 외제 차를 구입하고 가구를 새로 들여놓는 등 범행은 없던 일인 것처럼 '새 인생'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도피 6일 만에 과거 있었던 절도 범행으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도피 80일 만에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한편 당시 전 씨는 스무살 때 살해당한 가족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독립한 상태였다. 전 씨는 "집에 있는데 경찰한테 전화를 받았다. 엄마랑 남동생이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는 얘기만 듣고 아빠의 행방은 몰라 처음엔 아빠가 그런 줄 알았다. 셋이 같이 살기 때문"이라며 "한 시간쯤 뒤에 아빠가 차 트렁크에서 발견됐다는 얘길 듣고 꿈 같았다"고 회상했다.

전 씨는 "아빠까지 그렇게 됐다는 얘길 듣고 나니 새 오빠가 딱 생각나더라. 새 오빠가 자신의 친모는 물론 새아빠, 이부동생까지 5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모두 죽였다"며 "아빠를 마지막으로 본 게 차량 트렁크 속에서 흉기로 난도질당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 장면이 매일 떠올라 힘들다"고 눈물을 쏟았다.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관 씨가 강원도 횡성군의 한 콘도 주차장에서 경찰과 함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두 마리 잡았어, 한 마리 남았다"…공범 아내는 "억울하다" 뻔뻔

김 씨의 공범도 있었다. 바로 아내 정 씨였다. 김 씨는 줄곧 계획 범행이 아닌 '우발 범행', 정 씨와의 공모 범행이 아닌 '단독 범행'을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정 씨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아이들과 자진 귀국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김 씨와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 존속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먼저 김 씨는 "어머니가 재가하면서 가족이 된 이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고 경제적 갈등까지 있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가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콘도, 렌터카를 이용해 계부를 유인한 점 등으로 계획범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범행 계획 시점은 범행 1~2일 전으로 추정됐다. 정 씨가 갖고 있던 태블릿PC 분석 결과, 범행 1~2일 전 범죄인도와 흉기 사용법 등 내용이 집중적으로 검색됐다.

또 김 씨가 범행 직후 강원도 한 콘도 프런트에 전화한 통화내역을 확보해 확인한 결과, 아내 정 씨에게 "두 마리(친모와 이부동생) 잡았어, 이제 한 마리(계부) 남았어"라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조사 결과 생활비 등 경제적인 도움을 주던 A 씨가 2016년 8월부터 지원을 중단하고 2017년부터는 만남조차 거절하자 김 씨는 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정 씨와 짜고 범행했다. 김 씨와 정 씨는 구체적인 범행 방법과 사체 처리, 도피 일정을 함께 의논했다.

하지만 정 씨는 "돈 때문이 아니다. 저는 제 딸들을 살리고 싶었다. 어머니(A 씨)가 우리 딸을 납치하고 해한다는데 어느 부모가 화가 안 나냐. 저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김 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질투심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씨는 "새엄마는 아빠 앞에서 저를 친딸처럼 챙겨줬지만 아빠가 없을 때는 구박했다. 자기 아들(김 씨)한테만 모든 사랑과 지원을 다 해주셨다"며 "그러나 늦둥이 동생(B군)이 태어나면서 관심이나 경제적 지원들이 그쪽으로 쏠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빠는 성인이고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도 새엄마한테 돈 달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근데 동생한테 지원이 가자 그게 질투 나서 살해한 것 같다"며 "새 오빠는 평소 '동생을 죽여버리겠다' '부모님 유산은 동생이 다 차지할 것' 등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새 오빠한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던 사람인데 아빠가 신고할까 봐 같이 죽인 것 같다. 아빠는 억울하고 잔인하게 예고 없이 비극적으로 돌아가셨다"고 억울해했다. 전 씨는 스무살 때 살해당한 가족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독립했으며, 사건 당시 그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으면 전 씨 또한 변을 당할 뻔했다.

가해자, 사형 아닌 무기 징역…공범은 징역 8년

김 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 씨와 그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도 상고하지 않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 구형량인 '사형'에 대해 "사형 선고도 고민했지만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교도소에서 노동하면서 평생 고인의 명복을 빌고 반성하면서 살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정 씨에 대해 1심과 2심은 살인 공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인정해 존속살해 방조죄와 살인방조죄는 유죄, 시체 유기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현재 복역 중이며, 2025년에 만기 출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희라 씨. ⓒ 뉴스1

홀로 남은 유족 괴롭힌 친척들…"상속 포기 안 한 새 오빠 탓 빚더미"

사건 이후 전 씨는 범(汎)불안장애와 우울증 판정을 받았으며, 호흡이 불안정한 탓 5년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수면 장애도 앓았다고 토로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 씨와 정 씨, 그리고 김 씨의 친척들이 전 씨를 끊임없이 괴롭혔다고 한다. 김 씨의 친척들은 "너희 부모님이 살아있을 때 내가 돈을 빌려줬다"며 사망보험금을 요구했다고.

전 씨는 "한 6개월간 현실이 안 받아들여졌다. 매일 울고, 매일 술을 마셨던 것 같다"며 "아빠를 잃었으니까 온전히 슬퍼해야 하는데, (사망)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슬퍼할 겨를도 없어 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 처리를 홀로 해야 했던 전 씨는 가족관계 증명서에 자신만 없어서 서류상 남이었다고 한다. 이에 사망 신고를 할 때 일일이 사건을 설명하며 아픈 기억을 꺼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 처리가 오래 걸리다 보니 직장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숨진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 때문에 생활고도 겪었다고 한다.

전 씨가 아파트, 땅 등 대출 이자만 매달 300만 원씩 갚아야 했는데, 상속 포기를 하고 싶어도 김 씨가 이를 도와주지 않았다. 김 씨는 자기 딸들을 끔찍이 여기면서 딸들에게 상속되는 부모님의 재산을 포기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 씨는 "상속 포기를 하고 싶어도 그 빚이 어린 조카들에게 넘어가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며 "결국 살고 있던 월셋집에서 쫓겨나고 직장에서 매트 깔고 생활했다"고 털어놨다.

민사소송 끝에 김 씨 측이 뒤늦게 상속을 포기하면서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23년에야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전 씨는 "친엄마를 살해하고, 자식 같은 열아홉 살 동생을 살해하고, 트렁크에 우리 아빠가 있던 걸 정 씨도 알고 있었으면서 모텔에서 자기들끼리 음식 시켜 먹고 도주하는 중 면세점에서 명품 사고, 비즈니스석 탔다"며 "근데 반성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형해 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공범 정 씨는 살인 과정을 같이 준비하고 도주까지 했던 사람인데 (사회로 다시 나온다니) 시간이 갈수록 무섭다"고 호소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