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열로 건물 냉난방?…내년 서울 3만㎡ 이상 비주거 '의무화'

요건 안 맞아도 설치토록 자문
녹색건축물 용적률 완화·공사비 지원

서울 세종대로 도심지의 모습.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전기 대신 땅·물 속 자연열로 냉난방을 하는 재생열 시스템이 내년부터 서울 일부 건축물 대상으로 의무화된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서울특별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연면적 3만㎡ 이상 비주거 건축물은 지하개발면적의 50% 이상을 지열로 설치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의무설치 비율의 50% 이상을 지열·수열로 설치해야 한다.

건물 단위에서 활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로는 통상 태양광·연료전지·수열·지열이 꼽힌다. 서울시는 이 중에서 '재생열'에 속하는 지열·수열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59%가량을 차지하는 냉난방을 별도 발전 과정 없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다른 수단은 결국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고 냉난방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석탄 사용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이미 땅 속에 존재하는 열이나 물의 열 에너지를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끌어오는 재생열은 별도 발전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징으로 지열은 기존 가스 냉방기 대비 4배 이상 냉방 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스템이 땅속에 있는 만큼 외부 노출에 따른 고장이 없어 유지관리가 수월하다.

내년부터 조치가 시행되면 사업자는 △지하개발면적의 50% 이상을 지열로 설치 △신재생에너지 의무설치 비율의 50% 이상을 지열·수열로 설치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 이행하면 된다.

지하개발면적의 50% 이상을 지열로 설치하는 경우 지열 배관 설치 면적이 기준이 된다. 지하 건축 면적의 절반에 이르는 넓이 만큼 지열용 배관을 설치하면 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설치 비율은 연면적 3만㎡ 이상 비주거 건축물 기준 해당 건물에서 사용하는 총 에너지량의 14%다. 따라서 건물에서 사용하는 총 에너지량의 7% 가량을 지열·수열로 충당하도록 설계하면 된다.

서울시는 지하개발 면적 부족, 도입 장소 협소 등의 사유로 재생열 설치가 어려울 경우 '재생열자문위원회'(가칭)에서 최적의 방안을 제안·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 15%까지인 현행 녹색건축물 허용 용적률을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재생열 공사비 일부를 지원한다.

주거용 건물에 대한 재생열 시스템 의무 적용 여부 등은 향후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주거용 건물은 지열용 배관 등을 집집마다 별도로 설치해야 해 공용부에만 이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서울시는 우선 비주거 건물에 대한 재생열 의무화만으로 상당 부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 전체 건물의 2.4%에 불과한 비주거 건물에서 건물 부문 전체 온실가스의 30%를 내뿜고 있어서다. 서울시 총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67%를 건물에서 배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화석 연료 감축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대형 건축물부터 모범이 돼 재생열 모델 확산에 기여해주기를 바란다"며 "설치비 지원 등 사업자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