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에 성폭력까지'…40여년 만에 드러난 덕성원 '참상'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제2 형제복지원'…6번 신고했지만 내사 종결
보조금·자립정착금 착복 정황도…국가에 사과·피해회복 권고

부산 아동보육시설 덕성원. / 진실화해위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고 불리는 부산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 노역과 구타, 성폭력 등이 자행된 사실이 40여 년 만에 드러난 셈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피해자 안 모 씨가 신청한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이같이 판단하고 미신청 피해자 45명에 대해서도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안 씨는 7살이던 1982년 1월 11일 부산역에서 경찰의 불법 단속에 적발돼 어머니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분리 수용됐다. 이후 안 씨는 같은해 7월 18일 형제복지원 내 부랑인 일시보호소에서 덕성원으로 전원됐다. 안 씨는 지금도 어머니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다.

안 씨처럼 덕성원으로 전원 된 인원은 1977~1987년에 모두 57명으로 덕성원 정원(120명)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덕성원에 수용된 피해자 중에는 부모가 있었음에도 경찰의 고함과 폭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경찰이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덕성원은 원생들을 각종 강제 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은 하교 후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 일요일과 방학 기간에는 하루 종일 농장과 공사 현장에 투입되거나 주변 야산을 개간해 밭으로 만들고 원장 가족 등 사택의 식모로 일했다.

덕성원 농장 사진 / 진실화해위 제공

이들은 작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를 당하거나 단체 기합을 받았다. 주된 가해자는 원장 김 모 씨와 원장의 장남, 총무 등 직원들이었고 귀가 시간이나 지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이유 없이 피해자들을 자루에 넣어 지붕에 매단 후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하거나 감금해 굶기는 일도 있었다. 상습적인 성추행·성폭행 문제도 심각했다. 기도나 예배, 성경 구절 암기 등을 강요하거나 토요일이 안식일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해 결석 누적으로 진학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덕성원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경찰에 6차례나 신고됐지만 당시 경찰은 피해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돌아가거나, 폭행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교육상 필요한 조치였다"는 원장과 가족들 말만 듣고 내사 종결했다.

당시 덕성원은 사실상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는 기관이었다. 부산시는 아동복지법 등 법령과 공문을 통해 덕성원에 아동 수용과 전원 등을 지시했고 덕성원은 국가와 부산시의 보조금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덕성원은 원생들의 의식주를 위한 보조금을 설립자와 원장 일가를 위해 유용했다. 고급 식재료와 피복을 구입하고 장부에는 원생 물품으로 기재하면서 실제로는 원장 일가를 위해 사용하는 식이었다. 원장 일가는 퇴소하는 원생들의 자립정착금을 착복하거나 원생의 대학 입학 장학금, 공장 월급 등을 갈취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덕성원 강제 수용 및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국가에 권고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