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으로 뽑아갈 거 뽑자'…구영배 대표 '티메프 이렇게 망가뜨렸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에 티메프 자금 빼낸 수법 자세히 기재
큐익스프레스 매출 확대 위해 골드바·전자제품 '역마진' 영업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2024.7.3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 대표가 운영자금이 소진된 큐텐의 손실을 보완하고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했다'고 적시했다.

또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티메프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지시해 티메프에 총 7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고도 기재했다. 티메프가 어떻게 지급불능 상태까지 가게 됐는지 과정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셈이다.

7일 <뉴스1>이 확보한 구 대표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한 목적은 이들의 자금을 이용해 큐텐 유한회사를 존속시키고,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적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사실상 혼자 큐텐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애초에 큐텐의 부족한 운용비용 정산 대금 등을 보충할 목적으로 수천억원대 자본잠식에 빠진 티메프를 인수했다고 판단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 류화현, 류광진 대표의 공모가 있다고도 봤다. 공모 여부에 대해서 두 류 대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구 대표는 티메프 인수한 직후인 2022년 9월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에게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거 뽑자'라는 대화를 나누며 큐텐 유한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거래량 확대를 통한 자금 마련을 지시했다.

구 대표 등은 티메프의 정산 불능 위기가 반복되자 현금 확보를 위해 골드바, 가전제품 등 가격민감도가 높은 제품을 위주로 파격 할인하는 역마진 영업에 나섰다. 검찰은 이러한 방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판매업체·소비자 33만여 명에게 1조 5590억 원의 피해를 줬다(사기)고 추산했다.

또 구 대표 등은 큐익스프레스 유한회사가 매출 부족 문제로 나스닥 상장에 제동이 걸리자 티몬과 위메프에서 손실을 부담하면서 큐익스프레스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큐익스프레스가 할인 비용 등으로 티몬에 전가한 603억3429만 원과 위메프에 안긴 89억5301만 원, 총 692억 8731만원의 손해가 반대로 큐익스프레스에겐 재산상 이익이 됐다(배임)고 봤다.

이 밖에도 검찰은 큐텐의 티메프 허위 자문 명목 121억여 원, 구 대표 큐텐 주식 취득 목적 위메프 허위 선급금 50억 원,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 인수대금 500억 원 등 총 671억 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이 티메프의 정산 대금 지급 불능 상황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 정황도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티메프 경영진은 금융감독원에 미정산금액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PG사 자회사 분리 계획을 제출하는 등 당국의 통제와 감시를 회피했다. 또 대외협력 업무 담당자들을 동원해 부정적인 기사를 삭제 요청하도록 하거나 보도되지 않도록 했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담아 지난 4일 구 대표와 류화현·류광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오는 10일 오전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