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대신 삼계탕? 단골 다 잃는데 250만원 턱도 없어"[르포]

업종 변경시 250만원 보상안 담은 '개식용종식 기본계획'
"근거 없는 보상금 액수…기존 수익 비례 산정해야"

지난 7월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50만 원 준다고 하네요. 개고기에서 삼계탕으로 바꾸는 게…뚝딱 메뉴판 바꾸는 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에요."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지난 7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5가 신진시장 인근 한 보신탕집. 이곳에서 만난 업주 A 씨(70대·여)는 손질하던 고기를 내려놓고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A 씨는 정부의 보상안에 기대를 걸었지만 희망을 접고 개 식용이 완전히 금지되는 2027년 2월까지만 장사를 할 생각이다. 장사를 계속하고 싶지만 업종 변경 시 정부에서 지급한다는 보상금만으로는 가게를 지금처럼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지금 오시는 손님들이 다 안 오실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개고기만 판매하는 A 씨의 식당은 북적거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식용금지법' 도입에 따른 보신탕집, 개 농장에 대한 보상안을 지난달 26일 내놓았다. 보신탕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강제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가게를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기다려왔던 보상안마저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은 메뉴를 변경하는 유통상인·식품접객업자에게 중소벤처기업부의 폐업 소상공인 지원사업과 연계해 간판·메뉴판 교체 비용 최대 250만 원을 지급하고, 폐업하는 업자에겐 최대 400만 원 점포 철거비와 재취업 성공 수당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보신탕집 업주들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개고기를 더 이상 팔지 않는다면 매출이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최대 250만 원 보상안'은 마땅한 보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메뉴를 바꾸면 조리법과 재료 거래처를 새로 마련해야 하고, 삼계탕, 흑염소탕 등으로 이미 유명한 다른 식당들이 있어 업종 변경은 고령 업주들에게 생계를 건 강제 '도박'과 마찬가지다.

종로5가의 다른 보신탕집 업주 B 씨(70·여)는 "삼계탕, 흑염소탕으로 업종을 바꾸려고 준비 중"이라며 "개고기와 조리법이 완전히 다른데 내 나이 70에 메뉴를 바꿔 어떻게 단골들을 붙잡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B 씨의 식당 메뉴판에는 이미 '삼계탕'이 적혀있었지만 이때 식사 중인 7명의 손님은 모두 '보신탕'(개고기탕)을 먹고 있었다.

동대문구의 한 보신탕집 업주 이 모 씨(70대·남)는 "400만 원 받고 가게를 접은 뒤에 이 나이에 새로 대출받아 가게를 열 수도 없고, 250만 원을 받고 삼계탕으로 바꾸면 단골을 다 잃을 텐데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보상금 액수를 정해 일괄 지급하는 정책이 아니라 보신탕집들이 기존에 벌어들였던 수익을 고려해 보상금을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한국외식업중앙회 본부장은 "이번 보상안에서 제시한 액수는 근거가 없는 숫자"라며 "잠재적으로 계속 보신탕집을 운영했을 때 얻어갈 수 있었던 수익에 비례해서 보상금을 산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보신탕집의 경우 고령의 업주들이 많기 때문에 이 일을 그만뒀을 때의 사회 안전망도 미약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개의 식용 목적 사육·도살·유통·판매가 금지된다. 업계는 그때까지 의무적으로 전·폐업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운영 현황을 신고한 개 식용 업체 5898곳이 모두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한편 전국육견상인회는 8일 '개 식용 종식법 시행에 따른 정당한 보상 촉구 집회'를 대통령실 앞에서 열 예정이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