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남자 무서워, 칼 맞을 듯"…순천 여고생 피살 직감한 '마지막 통화'
최초 목격·신고자 "'살려달라'고 했는데 못 살려, 괴롭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순천 '묻지마 살해범' 박대성(30)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사건 직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박대성의 범행을 예감하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는 순천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와 사건 발생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친구가 출연했다.
이 친구는 피해자 A 양(17)이 살해당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오전 12시 30분쯤 통화했다고 밝혔다.
친구는 "제가 자려고 하는데 (A 양한테) 전화가 왔다. '뒤에 남자가 있는데 무섭다' '칼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갑자기 엄청나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A 양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대성은 이날 오전 12시 43분쯤 순천시 조례동의 한 주차장에서 A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박대성은 자신의 가게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A 양을 10여 분 동안 따라간 뒤 범행했다.
최초 신고자이자 목격자인 B 씨는 "제가 배달업을 하고 있어서 휴대전화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며 "근데 아가씨가 '악!'하면서 비명을 지르길래 '왜 그렇게 심하게 싸우냐'고 했다. 남자(박대성)가 도망가는데, 손에 흉기가 들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한테) '아가씨, 저 사람 알아요?'라고 물으니까 모른다더라. 그러고 나서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말한 뒤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당시 B 씨가 소리치며 다가가자, 박대성은 재빨리 도망갔다.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이후 박대성은 맨발로 사건 현장 인근 호프집에 들러 태연하게 맥주를 마셨다.
뒤이어 박대성은 자기 가게로 돌아와 신발을 신고 또다시 거리로 나가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박대성은 숨진 A 양과 전혀 모르는 사이로 원한이나 금전적 원인 또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곧장 119에 신고했고, A 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B 씨는 "내가 마지막에 들었던 '살려달라'는 말, 그 소리가 계속 머릿속에서 생각나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살려달라고 했는데 못 살리고 죽었다는 게 너무너무 괴롭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지금도 계속 가슴을 막 치고 있다. 날마다 여기(사망 현장) 몇 번씩 왔다 간다. 일하다가도 생각난다. 죽어서도 못 잊을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누리꾼들은 "그래도 B 씨가 달려오셔서 박대성이 더 못 찌르고 도망친 거라 마지막에 피해자가 아주 조금이라도 덜 아팠을 거다. 아직 의식 있을 때 도와줄 사람이 옆에 와준 것도 눈 감기 전 안심됐을 거다. 죄책감 안 느끼셨으면 좋겠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참", "B 씨도 피해자다. 트라우마 장난 아닐 듯하다. 치료받고 추스르셨으면 좋겠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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