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종 됐다 생각하고 내 아이 낳아줘, 13살이면 충분"…해괴망측 펼침막

여고 앞 펼침막에 혼비백산, 학부모 동반 등교[사건속 오늘]
잡고 보니 조현병 50대…法 "치료받으라"며 집행유예 선처

2022년 3월 8일 대구 달서구의 한 여중 여고앞에 트럭을 댄 50대 남성이 "할아버지 아이를 낳아 줄 여자 종을 구한다"는 펼침막을 달고 있는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내 아이를 낳고 살림할 여자 몸종을 구한다'는 펼침막이 내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 내 걸렸다면 어떨까.

당장 '누구냐'며 멱살을 잡혀 경찰서로 끌려 갈 것이 분명하다. 법만 없었더라면 해괴망측한 현수막을 내건 이는 학부모들에게 몽뚱이 찜질을 당했을 것이다.

1년 전인 2023년 12월 16일, 대구지법 형사항소2-2부(재판장 손대식)가 해당 펼침막을 내건 A 씨(59)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는 재판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너무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라면서도 '조현병을 앓고 있음을 참작해 내린 판결로 이해가 된다"고 했다.

앞서 그해 4월 13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형을 요구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A의 행위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피고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며 가족의 돌봄 아래 치료를 받으라는 뜻에서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할배 아이 낳아 줄 종 구함' 현수막

2022년 3월 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진 한장에 발칵 뒤집혔다.

그날 오전 등굣길 대구 달서구의 한 여중· 여고 앞에 1톤 트럭을 댄 A가 내건 펼침막 때문이다.

펼침막에는 작은 글씨로 "세상과 뜻이 달라 도저히 공부가 하기 싫은 학생은 이 차량으로 와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보다 큰 글씨로 "혼자 사는 험한 60대 할아버지의 아이를 낳고 살림할 희생종 하실 13~20세 사이 여성분 구한다. 이 차량으로 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단엔 대구 지역번호인 053으로 시작되는 연락처도 쓰여 있다.

2022년 3월, "아이를 낳아 줄 여성을 구한다"는 펼침막을 내걸었던 A 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13살은 어리지 않다. 20살 넘는 여성은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SBS 갈무리) ⓒ 뉴스1

놀란 선생님, 경찰에 신고…공개 인신매매범, 조선시대에서 온 '백투더 퓨처'

A의 펼침막은 이를 보고 놀란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강제 철거당했다.

출동한 경찰은 A에게 임의동행을 요청,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한 뒤 A가 횡설수설하고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일단 귀가시켰다.

하지만 A는 1주일 뒤 또다시 학교 앞에 나타나 같은 내용의 펼침막을 걸었다. 경찰은 A를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달서구청과 협의, '정신병원 행정 입원' 조치를 취했다.

A의 기행을 본 누리꾼들은 '공개 인신매매범은 처음 봤다' '매매혼을 질타하는 퍼포먼스로 보인다' '백 투더 퓨처한 조선시대 사대부'라는 등 갑론을박을 주고받았다.

펼침막 소식에 혼비백산한 학생들은 다른 등굣길을 택하고 학부모들은 딸의 안전을 염려해 동반 등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3살이면 어리지 않다, 20살 넘으면 곤란"…학부모들 자녀와 함께 등교 등 몸살

A의 기행이 화제를 모으자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은 급히 대구로 내려가 A를 만난 뒤 3월 18일 "추악한 욕망, 그 할아버지는 왜 여고 앞에 나타났나"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내보냈다.

A는 인터뷰 의사를 타진하는 여성 제작진에게 "당신은 어린 나이가 아닌 것으로 보여 자격 미달이다. 애 낳아주지 않을 거면 전화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A를 찾아간 제작진이 '20살 넘은 여성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나로선 좀 어렵다. 안 되면 20살도 하긴 해야 되지만 어린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주면 고맙겠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13살에 대해 A는 "사람들 눈에는 어려 보이지만 충분(출산할 수 있다)하다, 조선시대엔 10대 여성하고 60~70대 남성이 혼인, 자녀를 낳았다. 종이 된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며 깜짝 놀랄 발언까지 했다.

이웃 주민은 A가 들고양이를 죽이는 등 평소 이상한 행동들을 했다고 밝혔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A "내 생각 전했을 뿐 강요한 적 없다"… 변호인 "치료가 필요하다, 선처를"

A는 재판에서 "대를 잇고 싶다는 내 생각을 전달했을 뿐 누구에게 강요한 적 없다. 문구가 음란하고 퇴폐적인 내용이 아니며 성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형사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족 보살핌 아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해주면서도 과거 비슷한 죄로 형사처벌 받은 점을 감안해 보호관찰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을 각각 명령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