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주세요" 늘어난 러닝 크루로 몸살…"몰려다니니 위협적"

시민 "일부 크루는 100명도 모여…충돌 위험" 우려
'비켜달라 소리 질러'…서초구 '5인 이상 단체 달리기' 제한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트랙을 따라 달리고 있다. (독자 제공) 2024.10.2/뉴스1

"30명 정도 우르르 몰려다녀요. 갑자기 지나가면 위협적으로 느껴지죠."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2일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에 가족과 함께 운동하러 나온 인근 주민 나 모 씨(48·남)는 트랙에서 단체로 달리는 동호회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나 씨는 "아예 트랙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마실 물을 올려둔 경우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많게는 50명까지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가 유행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포종합운동장을 관리하는 서초구는 1일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이용규칙을 시행했다.

이날 반포종합운동장에는 입구부터 러닝 트랙 이용규칙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 해당 현수막에는 △5명 이상 달릴 경우 개인 간 간격 2m 이상을 유지 △러닝 유료 강습으로 판단될 경우 퇴장 요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곳을 아침마다 찾는다는 전 모 씨(75·남)는 "(러닝 크루들이)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작년부터 젊은층과 동호회가 확 늘어났다"고 전했다.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산책을 자주 하는 이 모 씨(53·여)는 "지난주에 동호회에서도 오고 '경찰 아카데미'라고 적힌 옷을 입고 단체로 오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러닝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50대 초반 이 모 씨는 "일부 크루는 100명까지 모이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걷는 사람들이 트랙 밖으로 밀려나고 사람들 사이에 충돌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종합운동장에 러닝 트랙 이용규칙을 담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4.10.2/뉴스1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반포종합운동장 러닝 트랙 관련 민원이 9건 접수됐다. 민원에는 '트랙에서 비켜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뛰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운동장 흐름을 방해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관계자는 "일부 단체와 동호회가 폭력적 언행과 대규모로 뭉쳐 달려 시민들에게 신체적·심리적 위협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며 "이번 조치는 개인부터 가족 단위, 대형 규모 동호회까지 다양한 이용객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현장에 관리직원을 두고 지속적인 계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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