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기 2만원인데 누가 사"…"반찬가게 30년, 이런 배춧값 처음"

시장서 사라진 '金추'…영천시장 채소가게 4곳 모두 알배추만 판매

24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배추 1포기가 1만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춧값이 1포기에 1만 원을 넘어가자 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내주부터 중국산 배추를 소매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배출 물량이 조기에 시장으로 공급되도록 출하장려금을 지원하고, 대형마트 등의 판매가를 최대 40% 인하하기로 했다. 2024.9.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통배추 하나에 2만원, 2만 5000원 하는데 살 수 있겠어요? 진짜라니까. 누가 그 가격에 살 수 있겠냐고.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만난 채소가게 상인 A 씨는 "통배추는 안 파시냐"는 질문에 목소리를 높이며 이같이 되물었다. A 씨는 "배춧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그나마 알배추만 들여뒀다"고 말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배춧값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는 물론 시장 상인과 자영업자까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도매가격은 838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7.3%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 달 전 가격과 비교해도 40% 넘게 오른 가격이다.

배춧값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자 전통시장에서는 배추가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이날 영천시장에 있는 채소가게 4곳을 둘러본 결과, 통배추를 판매하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비싼 가격 탓에 배추를 찾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자 물건을 빼버린 것이다.

20여년 동안 채소 장사를 했다는 신 모 씨(50)는 "물건이 좀 좋다고 하면 도매가로는 세 포기에 4만~5만 원까지도 간다"며 "잘못 들여왔다가는 결국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신 씨는 "배추뿐만 아니라 상추나 오이까지 웬만한 건 다 올랐다"고 덧붙였다. 가게 벽 한쪽에는 숨이 죽은 상추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신 씨는 상추를 가리키며 "저것도 다 물러서 버려야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대파 한 단을 집어 들고 있던 박 모 씨(60대·여)는 "요즘 채솟값이 다 너무 비싸서 장보기가 겁난다"며 "매년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4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배추 3포기 묶음이 3만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배춧값이 1포기에 1만 원을 넘어가자 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내주부터 중국산 배추를 소매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배출 물량이 조기에 시장으로 공급되도록 출하장려금을 지원하고, 대형마트 등의 판매가를 최대 40% 인하하기로 했다. 2024.9.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치를 자주 담가야만 하는 반찬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고민이 깊다.

서울에서 2대째 김치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 씨(40대·남)는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배춧값이 오른 건 거의 처음 보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 씨는 "배춧값은 두 배 가까이 비싸졌는데 동네 장사하면서 그렇게까지 올릴 수는 없지 않겠냐"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김치 가격을 몇천 원 정도 올렸는데 그래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 씨는 "언젠가 배춧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춧값이 폭등한 원인은 올여름 30도를 웃도는 폭염을 비롯해 가뭄, 폭우 등 기후 영향으로 배추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18~20도 수준인 대표적인 저온성 채소다.

정부는 배춧값 안정을 위해 오는 27일부터 중국산 배추 16톤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이후 수입 물량을 점차 늘려 가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산 배추 수입에 이어 다음 달 중순부터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 배춧값이 다소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