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처럼 진짜가을, 에어컨 다 껐어요"…긴팔옷 시민들 한강공원 북적

주말 비내린 뒤 날씨 대반전…더위없는 밤, 나들이객들 미소 만연
"얼마 안되는 선선한 날, 즐겨야죠"…"선풍기 집어넣고, 외투 꺼내야"

23일 오후 8시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 뉴스1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이제야 진짜 가을이 온 거 같은 느낌이에요."

23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만난 대학생 손 모 씨는 "거짓말처럼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손에 돗자리를 든 손 씨는 "점점 봄, 가을이 짧아지니까 얼마 안 되는 날씨라도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오늘 한강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뚝섬한강공원에는 가을 정취를 느끼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양손 가득 배달 음식과 돗자리 등을 들고 한강 공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원 앞 편의점은 라면, 과자, 캔맥주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공원 인근에서 교통 정리를 하던 순찰협의회 관계자는 "날씨가 선선해지니까 지난주보다 사람이 두 배는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원을 찾은 이들은 한강 둔치를 따라 펼쳐진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연인, 친구,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소매 차림의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쌀쌀해진 밤공기에 긴소매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대학생들은 학교 이름이 새겨진 두툼한 과 잠바를 꺼내입고 한강을 찾았다.

벤치 앞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던 허영구(60) 씨는 "일주일 전만 해도 기온이 30도였는데, 주말 이틀 비가 오고 나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며 "선선한 걸 넘어서 이제 감기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허 씨는 "그래도 추우면 좀 뛰면 된다. 가을바람이야말로 한강에 나온 가장 큰 보람"이라며 웃어 보였다.

딸과 함께 소풍 나온 60대 남성 A 씨도 "딸이 나오자고 해서 같이 나왔다"며 "가을이 오니까 바람도 불고 너무 좋다"고 했다.

남자 친구와 함께 한강 변을 걷던 20대 여성 이 모 씨는 "올여름이 너무 덥고 길어서 이번 가을이 유독 반갑다"며 "집에만 있기 아까워서 나왔다"고 말했다.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인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시민들이 깊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2024.9.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 동안 내리던 집중 호우로 늦더위가 한풀 가시며 가을 날씨가 찾아왔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6도까지 떨어졌다. 낮 최고기온은 29.8도(의왕)까지 올라갔으나 해가 진 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다. 올여름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던 열대야도 막을 내렸다.

길고 긴 여름이 지나고 가을다운 날씨가 찾아오자 시민들도 옷장과 여름용품을 정리하는 등 본격적인 가을 채비에 나섰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 모 씨(31)는 "낮에는 아직 더운 듯 해 반소매를 입고 산책을 나섰다가 오후 늦게 집에 들어오는 길에 추워서 깜짝 놀랐다"며 "옷장 정리를 하고 겉옷을 챙겨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 모 씨(27)는 "오랜만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둘 다 끄고 잤다. 이제 선풍기를 집어넣을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열대야 때문에 친구들과 한강에서 맥주 마시길 꺼려왔는데 이번 주말에는 한강에 갈 것"이라고 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