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판다고?…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물 판매업 허가 동물병원 70곳 넘어…최근 안산서 논란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 "동물병원 본질은 생명 살리는 일"

안산시의 한 동물병원 앞에 강아지 파격 분양 행사 문구 현수막이 걸려있는 사진 (안산소식 SNS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아직도 이런 데가 있다고?"

"이런 동물병원은 믿고 거른다."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판매하는 거 보고 충격받았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 지역 소식을 전하는 한 SNS 채널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동물병원 앞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강아지 파격! 분양 행사, 가격 30만원부터'라고 쓴 현수막이 '24시 동물병원'이라 적힌 거치대에 걸려있었다. 누가 봐도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분양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시물에는 300개 가까이 댓글이 이어졌다. "개, 고양이 구매하는 것도 선택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라는 일부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강아지를 떨이 취급하며 파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돼 있었다.

특히 "진료를 봐야 할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물건처럼 분양하는 것이 생명이 아닌 돈벌이로만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해당 펫숍은 'A 동물병원'이란 이름으로 동물 판매업 허가가 돼 있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판매업은 관할관청에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는 없더라도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파는 것에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들으려 A 동물병원으로 연락했다.

그런데 현수막 속 A 동물병원과는 다른 새로운 B 동물병원 관계자가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B 동물병원 관계자는 "기존에 펫숍과 함께 운영되던 A 동물병원은 폐업했고, 지난해 3월부터 1층에 위치한 펫숍과 2층의 동물병원은 아예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며 "A 동물병원을 인수해 새로운 동물병원으로 바뀌면서 고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1층에서 A 동물병원 이름으로 판매업을 하는 펫숍 사장도 "수의사가 강아지를 판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동물병원에서는 절대 강아지 분양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펫숍 사장은 "과거에 동물병원과 펫숍, 애견동반 카페가 하나의 법인체로 운영됐었다"면서 "현재는 사업자도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A 동물병원 이름으로 판매업 등록이 돼 있는 부분은 조만간 수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안산시 동물병원의 강아지 분양 행사 논란은, 펫숍이 과거에 함께 운영하던 동물병원 이름이 적힌 현수막 거치대를 계속 사용하면서 벌어진 오해였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보면 동물 판매 영업을 하는 것으로 허가받은 동물병원은 전국에 70곳이 넘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 뉴스1 조태형 기자

물론 지금도 동물병원 이름으로 동물판매업을 하는 곳이 존재한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보면 동물 판매 영업을 하는 것으로 허가받은 동물병원은 전국에 70곳이 넘는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에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 회장은 "과거와 달리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에 생명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더욱이 동물병원의 본질은 생명을 치료하고 살리는 일임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국내 동물산업 전반에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동물병원이 동물 판매를 겸하는 일은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동물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나와 국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