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더 교묘해진 착취구조…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해야"
여성단체 500명 보신각 앞 집회·행진 "성매매 현장 구조적 폭력"
"수사기관이 피해 여성을 피의자로 인지…포주·성구매자들만 이득"
- 박혜연 기자, 김지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지호 기자 = 성매매방지법 시행 20주년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여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와 성구매 수요 차단을 촉구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단체 소속 약 500명은 23일 오후 보신각 앞에 모여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는 슬로건으로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행동 결의문에서 "지난 20년간 성매매 착취구조는 더욱 교묘해졌다"며 "여성들은 성매매 현장에서 성매매 강요, 폭력과 협박, 감시, 스토킹, 성폭행, 불법촬영, 사기 피해, 모욕 등 복합적인 피해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행위자'와 '성매매 피해자'로 구분해 여성들이 온전한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성매매 경험 당사자인 별명 '저씨'는 "탈성매매 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악몽에 시달리며 길을 걷다가도 업주나 성 구매자를 마주치게 될까 봐 두렵다"며 "성매매 알선자와 성 구매자들이 두려워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성매매방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조윤희 변호사는 "최근 경제적 이유로 사채를 쓴 이후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성매매로 유입된 여성이 탈성매매를 희망해 그동안 있었던 사채업자에 의한 협박과 성폭력 등 피해를 신고하자 수사기관이 피해 여성을 피의자로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일이 있었다"며 "성 산업 포주와 구매자들은 이와 같은 처벌 위험성을 이용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협박하고, 목줄을 옭아매 이득을 취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광주 아동청소년지원센터 '하랑' 활동가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자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수많은 감경 사유로 인해 처벌 조항에 미치지 못한 처벌을 받고 있고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많은 법무법인에서 아동·청소년 성매매 처벌 초기 단계부터 대처해야 한다며 고소됐을 때 감경받는 법을 공공연하게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뒤 이들은 '성매매 후기 공유', '성매매알선 포털사이트', '성매수 문화',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등이 적힌 벽 모양 플래카드 위에 '성매수 후기 처벌', '성구매 수요 차단' 등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후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행진했다.
성매매방지법은 2004년에 제정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성매매 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현장이 '구조적 폭력이자 착취'라는 점에서 강제와 자발이라는 임의적 잣대로 성매매 여성을 구분 짓는 것을 반대한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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