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사단장, 여하사 껴안고 뽀뽀…"격려 의미" 해명에도 구속

성추행당해 직속 부서로 '보호 발령' 또 5차례 수모[사건속 오늘]
"위로한 것" 결백 주장…현역 장성 창군 이래 성추행 징역형 처음

ⓒ News1 DB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육사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군 생활을 하던 한 사단장이 긴급 체포됐다. 혐의는 '군인 등 강제추행죄'였다.

현역 장성이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었다. 2014년 9월 23일, 부하 여군의 뺨에 입을 맞췄다고 인정한 사단장은 "격려의 의미"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포옹과 뽀뽀로 위로했나…성추행 피해 여군 또 성추행한 17사단장

2014년 6월, 피해 여군 A 하사는 근무하던 17사단 소속 다른 부대에서 상관인 모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에 육군 측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A 하사를 사단장 직속 부서로 자리를 옮겨 병영 상담관의 집중 관리를 받게 했다.

A 하사가 성추행 피해를 회복하던 그때, 또 한 번의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송유진(육사 40기) 전 17사단장으로, 연합사 작전처장과 기획 참모 차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작전통이다.

송 전 사단장은 2012년 소장으로 진급했고, 인천과 서해안 방어를 받은 17사단장으로 아시안게임 경비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사 40기 중 가장 잘나가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런 평가와 달리 송 전 사단장은 2014년 8~9월 최소 다섯 차례 A 하사를 불러 "생활이 힘들지는 않으냐"며 피해 상담을 자처하면서 등 뒤에서 A 하사를 껴안거나 몸을 만졌다.

구체적으로 송 전 사단장은 9월 중순과 23일, 30일 A 하사의 뺨에 입을 맞췄으며, 이 중 9월 23일 건은 송 전 사단장 측에서도 인정했다.

A 하사는 같은 부대 병영생활 상담관에게 피해 사실을 제보했고, 상담관이 곧바로 육군참모총장에 상황을 보고하면서 빠르게 조치가 이뤄졌다.

육군은 송 전 사단장이 A 하사와 업무상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계급과 직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10월 9일 밤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12시간 만인 10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송 전 사단장은 '군인 등 강제추행죄' 혐의로 구속됐다.

송 전 사단장이 구속되기 사흘 전, 장성 인사에서 그를 육군본부의 요직으로 꼽히는 정보작전부장으로 영전해 당시 인사 검증 부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 News1 DB

◇현역 장성, 창군 이래 긴급체포·구속된 증거는 '이것'

송 전 사단장이 긴급체포 및 구속된 결정적인 배경은 A 하사가 갖고 있던 녹취록 증거 자료였다.

A 하사가 성추행당한 뒤 두 차례 더 송 전 사단장을 만나 성추행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등 관련 대화를 나눴고, 이를 휴대전화로 녹취한 것이다.

녹취록에서 A 하사가 "지난번에 왜 껴안고 그랬습니까. 불편합니다"라고 하자, 송 전 사단장은 "그때는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자네가 부대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어렵다고 그러니까 그랬다"고 해명하는 대화가 담겼다.

또 A 하사가 성추행 문제를 걸고넘어지자, 송 전 사단장이 "내년에 전역해도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며 외부 발설을 막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A 하사가 이 녹취록을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에 증거물로 제출하면서 송 전 사단장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긴급체포, 구속될 수 있었다.

한편 추가 조사 결과, 송 전 사단장은 다른 부하 여군도 1회 껴안는 성추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신체 접촉은 격려의 의미…여군 소 취소했는데, 軍의 배신"

12월 30일,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상담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송 전 사단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송 전 사단장은 이번 신체접촉에 대해 "격려 내지 위로의 의미"라며 결백을 주장, 원대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동시에 1심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송 전 사단장 측은 "1심 재판의 법 적용이 잘못됐다. 포옹과 껴안기는 다르다. 성추행하려 했으면 팔이 어깨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도 군부대에 방문하면 남자 병사들을 포옹해 주곤 한다. 이것도 성추행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는 병사들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표현하는 행위지, 성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 전 사단장이 볼에 뽀뽀한 사실이 없다고 하자, 군검찰은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거짓말 탐지기 심문 요청도 묵살됐다. 변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사실관계보다는 저인망식 무리한 끼워 맞추기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 전 사단장 측은 '입맞춤' 관련해서는 껴안는 과정에서 잠깐 스친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면담은 사적 호출이 아닌 공식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며 증거를 제시했다.

1심에서는 A 하사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 하사는 1심 군사재판 판결이 있기 전인 12월 13일, 송 전 사단장 측과 합의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했다.

특히 송 전 사단장 측은 "긴급 체포는 사실이 아니다. 처음에는 계룡대에 와서 간단히 해명하라고 해서 간 것이다. 그리고 1시간 만에 구속됐다"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적극 대응하려고 했는데, 군에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 군에 대한 충성이라 생각해서 모든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형 판결 이후 군 당국의 달라진 태도에 원망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송 전 사단 측 입장이다.

ⓒ News1 DB

◇여군 "내가 예민했다" 탄원서 제출…대법원은 '징역 6월'

A 하사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 하사는 "과거의 상처(앞선 성추행 사건)가 남아있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불안을 느꼈던 것 같다"며 "법정에서 진술하게 됐을 때 낯선 환경에 왠지 모를 압박감이 더해져 감정이 많이 실렸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3월 31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고등군사법원도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동시에 송 전 사단장에 대해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등록할 것을 고지했다.

송 전 사단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A 하사의 명백한 거부 표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사단장 측은 "송 전 사단장이 최초로 포옹했을 당시 어깨 부위 전체를 팔로 감싼 것이 아니라 두 손만 어깨 근처에 위치했다"며 "이는 꼼짝 못 할 정도의 유형력이 아니었고 A 하사의 두 손도 모두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하사의 격투기 선수 경력 시절과 남자 못지않은 체력 등을 고려하면, 본인 의사만 있었다면 (포옹 상황으로부터) 충분히 구호가 가능했다. A 하사가 송 전 사단장 집무실을 떠날 때 예외 없이 경례와 구호까지 정상적으로 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의사 표시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 전 사단장 변호인은 "오히려 민간 재판이었다면 무죄가 나왔을 사안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에 가서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018년 2월 28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사단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송 전 사단장은 구속과 동시에 해임됐고, 2심 선고 이후인 2015년 12월 파면됐다. 이에 송 전 사단장은 2018년 12월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파면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송 전 사단장이 패소했으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2014년 11월 송 전 사단장에 대한 기소 휴직 명령이 무효라고 봤다. 육군이 '수감 중인 송 전 사단장 측에 휴직 명령 관련 서류를 우편 등으로 보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기소 휴직 명령이 송 전 사단장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돼 효력이 없다고 봤다. 휴직이 안 됐다면 파면 처분 당시 송 전 사단장은 현역 군인이 아니기에 징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전 사단장은 정책연구관이 된 후 다른 보직을 받지 않았고, 휴직 처리도 되지 않아 2015년 1월 자동 전역됐다는 것이다. 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군이 징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송 전 사단장에 대한 군의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