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다고 봐줘야 해?" 영하10도서 일하다 조산…"1.1㎏, 너무 작더라" 눈물

(SBS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마트 매니저가 업무를 바꿔주지 않아 영하 10도의 검품장에서 일하던 임신부가 조산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고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19일 SBS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생활용품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 A 씨는 지난해 10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매일 동료들과 약 2000㎏ 분량의 상품을 옮기고 진열하던 A 씨는 임신 한 달여 만에 유산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상사인 매니저에게 몸을 덜 쓰는 업무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A 씨는 "(매니저가) '임신했다고 일 안 할 건 아니잖아. 한 팀이니까 힘든 거 있으면 다른 직원한테 도와달라고 얘기를 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업무를 바꾸지 못한 A 씨는 설 명절 대목에 영하 10도 이하의 검품장에서 하루 4시간씩 택배 포장을 해야 했다.

매장 새 단장 때는 7일 연속 출근 일정이 주어졌고, 매니저에게 항의하고 나서야 이틀을 뺄 수 있다.

힘든 업무를 계속하던 A 씨는 결국 임신 7개월 만인 지난 4월 퇴근 후 양수가 터지면서 1.1㎏의 미숙아를 낳았다.

A 씨는 "너무 작더라. 거의 제 손가락만 한 게 팔이었다. 숨도 제대로 못 쉬어서 결국에는 기도 삽관을 한 상태로 심장 수술을 받았다"며 울음을 삼켰다.

근로기준법은 임신부가 쉬운 종류의 업무로 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업무 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조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재해를 승인했다.

A 씨는 본사에 매니저와 파트장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고, 이들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마트 측은 "이번 사안은 회사 정책에 반하는 일로 엄중하게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 씨가 복직 이후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