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부서' 수사팀 성과보상·수당 신설…경찰 업무량 따라 인력 재배치
경찰 3명 잇달아 사망…경찰청, 실태조사로 근무여건 개선책 마련
민원부서 반복 업무 자동화…사회적 약자 관련 6개 시스템 통합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지난 7월 일선 경찰관들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숨지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경찰청이 현장 근무 여건 개선에 나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7월 30일부터 이호영 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구성하고 한 달여 동안 근무 여건을 진단했다.
실태진단 결과 지난해 11월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되면서 일선 경찰서 통합수사팀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전국 경찰서에서 접수한 사건은 61만 8900건으로 지난해 동기(44만9285건)보다 37.6% 증가했다.
여성청소년부서는 피해자 보호 업무가 수사 부서에서 이관되고, 민감한 사건을 관리하면서 현장 경찰관들의 심리적 중압감이 여전한 상황이었다. 민원실이나 교통 공익신고 담당 등 민원 부서는 악성 민원이 증가하면서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부서를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은 관서별로 112신고 등 업무량 편차가 크게 나타났고 농어촌 지역을 담당하는 3급지 경찰서는 적은 인원이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처리하며 업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병합수사·시도청 이관 범위 확대…성과보상·수당 신설 검토
이에 경찰청은 현장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건 접수 단계에서부터 유사한 사건을 병합해 수사토록 하는 등 수사 업무를 효율화하고, 시도경찰청 전문부서로 사건을 이관하는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처리 절차 간소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사 부서에 전입된 신임 수사관의 경우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례와 실습 위주로 교육하고 2주 수습 기간을 부여하는 한편, 역량과 사건 난이도를 고려해 사건을 배당한다. 수사팀장은 주기적 보수교육과 지휘역량평가 개선으로 전문성을 향상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기피 부서로 이름난 통합수사팀은 성과우수자를 대상으로 특별승진과 승급, 대우공무원 기간 단축 등 다양한 성과 보상 방안과 직무 특성을 반영한 수당 신설을 검토한다. 또 통합수사팀 근무 경력을 다른 수사 부서 전입 시 우대하는 등 특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민원 부서의 경우 인공지능을 도입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간소화하고, 공무원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 대응 지침을 마련한다. 특히 공익신고가 급증한 교통민원실은 인공지능 판독시스템이 도입되는 2026년까지 업무량이 과도한 관서에 임기제 공무원을 40명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청소년부서는 담당자 간 사건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학대예방경찰관(APO) 시스템 및 학교전담경찰관(SPO) 시스템, 피해자전담경찰관 시스템 등 산재해 있는 사회적 약자 관련 6개 시스템을 통합하고 관련 법률 제·개정도 추진한다.
◇ 업무량 따라 인력 재배치…사망 경찰관 순직 승인 및 유족 심리지원
경찰청은 또 합리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 치안지표와 업무량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통합수사팀의 경우 전국 상위 20%인 52개 경찰서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1인당 평균 접수 건수가 112.2건이지만 하위 30%인 77개 관서는 59.4건으로 업무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지역관서 역시 서울경찰청에서 1인당 신고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172건이지만, 가장 적은 곳은 49건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다만 112 신고 건수 외에도 다양한 치안 수요가 있는 만큼 별도 인력배분모형을 활용해 적정인력을 산출, 재배치를 추진한다.
현장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도 내실화할 계획이다. '경찰 맞춤형 정신건강 진단척도 검사'에 모든 경찰관이 참여토록 독려하고 고위험군은 지정 상담과 전문의 연계 등 심리지원을 확대한다.
사망 경찰관의 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과 함께 고인에 대한 순직 승인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마음동행센터를 기존 18개소에서 36개소로 확충하고 상담관도 36명에서 108명으로 증원한다.
이와 관련해 조지호 경찰청장은 "한정된 인력으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현장 경찰관들이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18일과 22일 각각 서울 관악경찰서와 충남 예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사망했고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간부가 투신을 시도했다가 구조됐다. 이들은 모두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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