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대신 아빠와 제기차기 구슬땀…향낭 만들며 한복 공부

추석 연휴 맞아 민속놀이 체험…교과서에만 나오던 놀이 몸으로
"어렸을 땐 연날리기, 공기놀이 많이 했죠" 추억 잠긴 어른들

18일 오후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장승마당 앞에서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서부공원여가센터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팽이치기는 재밌어요. 제기차기는 어려워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장승마당 앞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제기를 차며 구슬땀을 흘렸다. 뜻대로 되지 않는지 인상을 쓰면서도 폭염 경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의 조언을 들으며 계속 도전했다.

한가위를 맞아 이날 월드컵공원에서는 서울시 서부공원여가센터에서 기획한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렸다. 한쪽에는 윷놀이와 공기놀이를 할 수 있는 돗자리가 펼쳐져 있고 그 옆에는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나 고리 던지기 등 놀이도구들이 즐비했다.

연휴를 맞아 처가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 나왔다는 홍성욱 씨(48·남)는 "저 어렸을 땐 제기차기가 주 놀이기구였고 공기놀이나 연날리기도 많이 했다"며 "민속촌은 아이들이 따분해하니까 안 가게 되는데 이런 곳에 마련돼 있는 걸 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아서 우리 딸이랑 같이 (제기차기를) 해봤다"고 말했다.

홍 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집에 가면 거의 컴퓨터만 보고 이런 놀이를 할 기회가 없다"며 "나가서 친구들하고 놀기도 해야 하는데 막상 친구들하고 놀라고 내보내면 만나서 게임하고 있으니까 그게 좀 안타깝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체험하는 민속놀이에 어른들도 흥미를 보였다. 남편과 30개월 아기를 데리고 공원에 나왔다가 우연히 행사를 보게 됐다는 이지은 씨(37·여)는 연신 팽이를 치며 즐거워했다.

이 씨는 "요즘에는 친척들이 와글와글 모일 일이 없으니까 제 아이는 그런 놀이를 체험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며 "아기가 팽이치기도 좋아하고 공깃돌도 색깔별로 알록달록해서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각각 8살, 4살 된 자녀들의 체험 활동을 위해 일부러 중랑구에서 찾아왔다는 김애정 씨(44·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민속놀이가 나오는데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니까 추석 전부터 접할 기회가 있는지 찾아봤다"며 "남산 한옥마을에도 이런 기회가 소소하게 마련돼 있어서 아이들이 한두 번 경험하니까 비석치기나 투호 던지기 정도는 알더라"고 했다.

김 씨는 "교과서로 보기 전에 이렇게 먼저 체험해 보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노니까 훨씬 재밌게 수업하고 오더라"며 "아까도 윷놀이 잠깐 같이했는데 편을 짜고 상대방 차례에는 기다려주는 등 규칙을 알려주니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장승마당 앞에서 전통 놀이도구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인근 천막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나란히 테이블 앞에 앉아 조막만 한 손으로 향낭, 제기, 주령구(신라시대 주사위) 등을 만들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차분히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사를 보며 설명에 집중했다.

향낭 만들기를 수업하던 김순희 한국전래놀이보존회 대표는 "한복 모양으로 향낭을 만들면서 한복의 구조와 명칭을 가르쳐주고 있다"며 "새색시들이 주로 입었던 녹의홍상이라든지 여자 한복은 왼쪽으로 (저고리) 고름이 올라오는 것 등을 교육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단순히 놀잇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조상의 얼이 담긴 물건으로 보니까 아이들이 더 뿌듯해하고 힘들어도 만들어보는 것 같다"며 "외국인들도 와서 많이 참여하고 갔는데 이런 전통 놀이는 언어가 달라도 같이 놀면서 전 세계적으로 어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은 서울시 서부공원여가센터 공원여가과 주무관은 "아이들이 전통놀이 도구를 알아보고 체험해 보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추석을 맞아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며 "요즘 아이들에겐 밖으로 나와 노는 것 자체가 생소하니까 이렇게 연휴 동안이라도 직접 놀이를 하고 몸을 부딪혀가면서 가족과 함께 유대감을 쌓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