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2심 판사 "이혼 위자료 5000만원 상한 재검토 필요"
김시철 판사 "이혼위자료, 1990년대 교통사고 손해배상금 영향"
이혼 원인 부정행위는 '고의'…'과실' 교통사고와 다르게 봐야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을 맡아 거액의 재산분할금과 위자료 20억 원을 선고해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받은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가 이혼 위자료의 상한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가족연구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인용된 경우 상대방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헌법적·법률적 쟁점' 발제문에서 이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발제에서 "2023년 현재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실무상 위자료의 액수가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1991년 이래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 통상적인 실무 관행은 과실에 의한 사고를 원인으로 하는 자동차 손해배상청구 등에서의 위자료 액수 산정기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김 부장판사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교통사고 위자료 기준 금액은 해를 거듭해 크게 늘어났지만 이혼 위자료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1991년 3000만 원이었던 교통사고 위자료 기준 금액은 1999년 5000만 원을 거쳐 2015년 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평균 이혼 위자료는 1991년 2305만 원에서 지난 2014년 2416만 원으로 약 100만 원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부장판사는 "교통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이라면 (이혼의 주요 원인인) 부정행위는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비롯한 상대방 배우자의 법익을 고의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고의적인 유책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향후 깊이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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