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시 농협 전산망 해킹 시도 5명 1심 일부 유죄…검찰 항소

법원,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 혐의 유죄…간첩 혐의는 무죄
검찰 "국가 혼란 초래할 범행…사실관계 오인·법리 오해 있어"

ⓒ News1 DB

(서울=뉴스1) 김기성 이밝음 기자 = 검찰이 북한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농협 전산망 해킹 시도를 도운 일당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13일 국가보안법(국보법)상 특수잠입·탈출 및 간첩 등 혐의를 받는 A 씨 등 5명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 씨 등 5명은 2011년 6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함께 농협 전산망 해킹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농협 전산망 IP 등 기밀을 알아낸 뒤 북한 해커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흑금성 사건'으로 알려진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 등이 한국 정부의 비자금이 농협 은행에 차명으로 은닉돼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입수하고, 북한 해커를 동원해 농협을 해킹한 뒤 빼낸 비자금을 나눠 갖기로 계획한 것을 파악했다.

A 씨 등은 2011년 6월 중국 단둥의 한 호텔에서 리호남을 만나 김일성종합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북한 해커 C 씨를 소개받았다.

이들은 농협 관련 200여 개 사이트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그중 한 사이트를 통해 농협 내부 전산망을 해킹하기로 했다. 리호남은 A 씨에게 한국으로 돌아가 추가 자료 확보를 지시했다.

2011년 7월 귀국한 A 씨는 농협 인터넷뱅킹 서버명, 전산망 IP, 농협에 연결된 국민은행 IP, 국가정보원 IP 등의 기밀 정보를 알아낸 뒤 단둥으로 돌아갔다.

이후 A 씨 등은 리호남의 감시하에 보름 내내 중국 단둥, 베이징 등에서 농협 전산망 해킹을 시도했지만, 농협 내부 전산망의 방화벽에 막혀 실패로 돌아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0일 이들의 국보법상 특수잠입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최대 징역 3년 6개월~2년 6월의 형을 선고했다. 1명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의 간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간첩 혐의에 대해) 해당 정보가 피고인들이 수집한 것이 아니라거나 기밀로서 가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선고 결과가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기밀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북한공작원들과 연계해 우리나라 중요 금융기관에 침투하는 등 국가의 경제‧금융시스템을 파괴하려 하고, 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적극적인 범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1심 형보다 중한 형이 선고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