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가족한테 알린다" 협박, 1억3천 뜯어낸 범인 잡고 보니

[사건의재구성]협박범 성매매 동업하던 언니로 밝혀져
법원, 공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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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너네 엄마 ○○○-○○○○-○○○○ 맞지? 남자랑 모텔 가는 모습 다 찍어놨어. 성매매한 거 가족한테 다 말할 거야. 알리고 싶지 않으면 300만 원 보내라."

2022년 1월 20대 여성 A 씨(23)는 함께 성매매를 해온 B 씨로부터 이런 협박 메시지를 공유받았다. B 씨는 A 씨에게 누군가가 자신과 A 씨의 성매매 사실을 폭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5명에게서 협박 메시지가 왔고 자기 가족들에게는 이미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애를 태웠다. A 씨도 자기 가족들이 알게 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A 씨와 B 씨는 과거 서울 강북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한 관리실장의 성매매 조직에서 일했던 이들은 관리실장과 갈등을 빚고 조직에서 나와 동업하고 있었다.

B 씨는 협박범이 요구한 금액의 절반을 주면, 자신이 절반을 보태 협박범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성매매를 해온 사실이 알려질까 극도로 불안했던 A 씨는 평소 의지했던 B 씨의 말을 믿고 150만 원을 B 씨에게 보냈다.

이렇게 1월부터 10월까지 A 씨가 B 씨에게 총 17번에 걸쳐 보낸 금액은 1억3042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B 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B 씨는 자신과 동업하기로 한 A 씨가 성매매 대금을 못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수익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돈을 뺏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B 씨에게 협박 메시지를 보낸 5명 모두 B 씨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믿었던 B 씨는 한 차례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공갈 혐의를 받는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행 대상과 수법,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와 합의되지 못하고 피해자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바라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피해자를 위해 4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