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걱정에 고향 대신 '집콕'"…긴 연휴에 고민 깊어지는 집사

반려동물 1300만 시대, 연휴 기간 돌봄 부담 가중
애견 호텔 추석 연휴 기간 예약 3배↑…방문서비스 2달 전 예약해야

이유진 씨의 반려묘 '천둥이'. 나이는 생후 6개월 가량이다. 2024.9.11/뉴스1

(서울=뉴스1) 김민재 김민수 기자 = 이유진 씨(여·27)는 올해 27년 만에 처음으로 추석 연휴에 집을 지킨다. 몇 달 전 가족이 된 '천둥이'와 함께 있기 위해서다. 천둥이는 이 씨가 회사 근처에서 구조해 보호하다 입양한 생후 6개월 된 반려묘다. 이 씨 가족은 매년 추석 국내 여행을 가지만 고민 끝에 동생과 번갈아 가며 하루씩 집에 머물기로 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1300만 반려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기 위해 귀성이나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려동물과 함께 귀성길에 나서는 이들도 포착되고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안심하고 맡길 인프라가 부족하고 설사 맡길 곳을 찾더라도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권세현 씨가 반려견 탄이(사진 왼쪽), 똘이와 함께 귀성길에 오른 모습. 2024.9.11/뉴스1

◇ "하루씩 집 지키기로"…추석 앞두고 분주해지는 반려동물 양육인들

이 씨는 "천둥이가 아직 6개월 정도로 어리고 겁이 많아 옆에 사람이 없으면 계속 운다"며 "명절에 친척들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가족 모두 우리 집 막내(천둥이) 걱정에 집에 남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방문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그는 "인터넷을 보니 모든 돌봄 과정을 녹화해서 믿을 만하다더라"며 "명절처럼 친구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때에는 이용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귀성길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권세현 씨(남·26)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운다. 이름은 똘이와 탄이. 그는 명절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대구로 향한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자동차로 약 7~8시간이 걸린다. 반려견들 산책과 식사를 포함한 시간이다. 권 씨는 주기적으로 휴게소에 내려서 강아지들을 산책시킨다. 오랜 시간 가만히 있으면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도착 이후도 문제다. 권 씨는 "반려동물과 같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얼마 없다 보니 가족 다 같이 숙소를 잡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호텔에 맡기는 걸 고려해 본 적은 없냐고 묻자 "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부담된다"고 했다.

박준우 씨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소재 애견 호텔. 2024.9.11/뉴스1

◇ 반려동물 돌봄 업체는 '명절 특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위탁 돌봄 업체는 매년 '명절 특수'를 누린다. 서울 용산구에서 애견 호텔을 운영하는 정상준 씨(남·36)는 "이번 추석 연휴에 평소 대비 3배 정도 예약이 많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추석 때 해외여행 가시는 분들이 주로 맡긴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던 정 씨는 지난 6월 사무실을 애견 호텔로 개조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 반려 인구가 늘어날 거라고 본다"며 창업을 마음먹은 계기를 설명했다.

고양이 돌봄은 주로 방문 형태로 이루어진다. 고양이는 자신이 지내는 영역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고양이 방문 돌봄 업체 '보듬온' 박미선 대표는 "연휴 기간 예약을 (연휴 시작) 두 달 전에 여는데 하루 만에 예약이 다 찬다"며 "강아지처럼 데리고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문 돌봄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 불안을 덜어드리기 위해 몸에 액션캠을 달고 입실부터 퇴실까지 모든 돌봄 내용을 녹화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려인의 명절 부담을 덜기 위해선 반려 문화 개선과 돌봄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연휴 내내 위탁 돌봄 맡기는 게 쉽지 않다"며 "특히 고양이 방문 돌봄 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시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규 수의사는 반려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도시가 동물과 같이 사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반려동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양육인의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형견을 선호하는 한국 특성상 개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무는 건 사실"이라며 "보호자도 반려견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j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