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화재' 리튬전지, 관리 기준 생겼지만 소화기 개발 관건

리튬전지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적재·보관 등 기준 마련
리튬전지 전용 소화약제 개발까지 2028년…"앞당겨야"

11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참사 희생자 49재에서 시민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지난 6월24일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로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숨졌다. 2024.8.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설 박우영 기자 =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정부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리튬전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고 이후 밝혀진 사각지대에 집중해 대안을 마련했지만, 리튬전지 및 공장에 대한 관리 기준을 더 강화하고 전용 소화약제 개발도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행정안전부, 소방청, 고용노동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전지 공장화재 재발방지 대책'에 따르면 리튬전지와 공장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리튬전지의 원재료인 리튬은 금수성(물과 접촉하면 안 되는 성질) 물질에 해당해 현재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른 '3류 위험물'로 지정·관리되고 있지만, 제품인 리튬전지는 그간 별다른 관리 기준이 없어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리튬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제품의 적재·보관 등 구체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지 공장에 대해서는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 선정 기준을 개선해 화재 위험성이 높은 전지 공장을 최우선으로 지정·관리한다.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되면 의무적으로 연 1회 이상 소방청의 화재안전조사를 받게 되고, 현장 교육 훈련도 연 1회 이상 실시된다.

특히 리튬 등 금수성 물질은 현재 50㎏ 이상 저장·취급하는 시설의 경우 위험물 시설 허가를 받고 보관하게 돼 있는데, 허가 기준량 미만으로 취급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관리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는 아리셀 공장이 취급하는 리튬 등 금수성 물질이 50㎏ 미만이라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아리셀 공장 화재로 밝혀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전지를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보관해서 불이 났을 때 화재가 대형화되는 이번과 같은 문제는 특수가연물 지정과 보관 방법 변경으로 막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확실한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리튬전지를 특수가연물이 아닌 위험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수가연물은 저장 '신고'만 하면 되는데 위험물은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위험물로 지정하면 사업주 등 생산자 입장에선 불편하겠지만 안전상에는 더 좋은 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리튬 화재 시 사용할 소화약제 및 소화기기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리튬의 경우 물과 만나면 수소가 발생해 폭발해, 마른 모래나 금속화재(D급) 소화기 등으로 진화하는데, 아직 리튬전지 화재 진압에 적합한 소화약제는 없다.

소방청은 2028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리튬전지 소화약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업체에 연구 개발을 맡겨, 개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도 리튬전지 소화성능 인증 기준이 없어서 그렇지, 민간에서도 리튬전지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600Wh 정도 소화기는 얼마든지 있다"며 "정부에서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민간 업체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더 빠르게 시중에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아리셀 공장 같은 군용 전지를 대량으로 만드는 곳은 몇 개 안 되는데, 여기에 특화된 약제를 개발한다기보단 최근 난리가 난 전기차 화재라든가, 일반형 소화기의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춰서 '일반화'를 시키는 게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