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이산하 시인 국보법 처벌…진실화해위 "중대한 인권침해"

진실화해위 "수사 과정서 구타 등 가혹행위 당한 정황 확인"
'재일동포 이수희 인권침해'·'기사연' 사건도 진실규명 결정

이산하 작가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1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이산하 시인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열린 제86차 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이 씨는 1987년 3월 발간된 '녹두서평'에 연작시 '한라산'을 게재했다가 같은 해 11월 경찰에 의해 연행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이 씨가 1987년 11월 10일 서울중부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된 후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될 당시 긴급구속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서울시경 공안수사단 수사 과정에서 이 씨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정황도 조사됐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재일동포 이수희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재일동포인 이수희 씨가 1975년 3월 서울대 재외국민교육연구소에 입학해 수료할 때까지 일본과 한국을 왕래하면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공작지도원에게 교양 및 지시를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1975년 12월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돼 30여 일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를 받은 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의 혐의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의 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진실화해위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가 1975년 12월 1일 이전에 이 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같은 해 12월 31일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약 31일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는 가족과 변호사의 면회 없이 장기간 고립된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 등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으며, 결국 수사관들에 의해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1983년 노 모 씨 등 9명의 현역 교사로 구성된 '교과서분석팀'을 구성해, 정부의 통일 정책이 제시돼 있는 국정교과서를 비판 분석하는 논문을 작성하도록 한 기사연 원장 조 모 씨와 논문 작성에 앞서 이들에게 해방전후사, 남북한 통일정책, 경제문제 등을 강의했던 이영희 한양대 해직교수, 강만길 고려대 해직교수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84년 1월 기소하고 같은 해 2월 공소보류로 석방한 사건이다.

조사 결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이 노 모 씨 등 9명을 불법구금해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했고, 특히 임산부인 피해자조차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자술서 작성을 강요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사건들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