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톡 프사도 내리세요"…'디지털 장의사'의 한마디
"피해자 중 초등생도"…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인터뷰
가해자 의뢰도 받아…"최대한 빨리 지워야 피해자 고통 줄어"
- 김종훈 기자, 문영광 기자, 정윤경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문영광 정윤경 기자 = "특히 개인 클로즈업 사진은 올리시면 안 됩니다. 나는 (내 사진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올려도 누군가가 놀림,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장의사'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한 번 피해가 발생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리는 건 순간이지만, 그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1이 지난 5일 김호진 대표를 만나 딥페이크를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 실태와 대처법을 물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가 공론화되고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다.
▶3주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1~2건 정도 관련 의뢰가 들어왔다. 그러다가 한 2주 전부터 바빠지기 시작했고, 요즘엔 하루에 5~7건 정도 문의가 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 중에 10대, 청소년이 많다고 하는데.
▶가장 많은 건 중학생이다. 피해자 중에 초등학교 5학년도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친구들이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뒤에는 어쩔 줄 모르다가 부모님과 함께 회사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온라인 기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의뢰인 중에 미성년자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데.
▶회사로 오는 의뢰 중 60~70%가 청소년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다. 문제는 비용이다. 학생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렇다고 부모님께 연락을 해서 받을 수도 없으니, 처음부터 무료로 의뢰를 받았다. 그중에는 성인이 돼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낸다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말을 듣고 돈을 받을 수가 없겠더라.
-피해를 인지하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범인은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는 경우가 많다. 내 사진을 누가 도용할 수 있는지, 퍼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유심히 봐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리는 건 피해야 한다. 한 번 문제가 터지면 해결하기는 정말 어렵다.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게 최고의 예방책이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하는 의뢰도 받고 있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거인멸이 아니냐'고 우려하시는 분이 있다. 하지만 영상이 남아 있으면 가장 큰 고통을 보는 건 피해자다. 피해를 받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먼저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다. 바로 삭제하는 건 아니고 (해당 게시물을) 캡처해 두고 경찰이나 학교에서 (자료를) 요구하면 제공하고 있다.
-의뢰가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게시물을 삭제하는지 궁금하다.
▶사이트 관리자에게 연락을 일일이 취해서 삭제 요청을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아동청소년법' 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과거에는 게시물 삭제까지 2달 넘게 걸리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일주일이면 되는 것 같다. 다만 텔레그램은 삭제 요청 자체를 받지 않는다. 최근에 텔레그램 대표가 프랑스에서 체포되기도 했고 우리 경찰도 공조 요청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디지털 장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하는 일이 게시물을 보고 그에 맞춰서 (삭제해달라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수작업 성격을 갖고 있다.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머리도 써야 해서 하루에 100개를 넘기기 어렵다. 그래도 의뢰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서 삭제할 때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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