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병가는 입원·수술 필요 때만"…인권위 "건강권 침해"

"출근 못 할 정도 아냐" 해명에…인권위 "질병에만 사용하는 게 아냐"

국가인권위원회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병가 사용의 지나친 제한은 건강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9일 한 공공기관 원장에게 병가 사용과 관련해 소속 직원들의 건강권 및 휴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경·정신과적 질병을 앓고 있는 해당 기관 직원 A 씨는 해당 기관이 병가 사용을 '입원 또는 수술이 필요한 부상 및 질병', '법정 감염병 및 그에 준하는 질병'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경우로만 한정해 자신은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며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관 측은 "직무 수행 외 병가는 오남용 우려가 있고, 기관 전체 업무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A 씨 질환은 출근을 못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병가 대신 개인 연차나 체력 단련 휴가 등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병가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는 질병 등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강 상태, 질병이나 부상의 내용, 치료 경과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병가를 사용할 만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미뤄 판단되는 경우 허용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또 "직원의 건강은 삶의 질과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직원들이 건강한 상태일 때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