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아닌 세상을 바꾸자" 강남 한복판 2만명 모인 '기후 정의' 집회

615개 시민단체 및 개인 참여…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
강남역 집회 후 삼성역으로 행진…쿠팡 신사옥서 한때 소동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조유리 기자 =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후위기 대응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기후 불평등과 부정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환경운동연합과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61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907 기후정의행진'은 7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강남역에서 집회를 열고 "기업의 이익과 경제 성장이 자연과 생명보다 우선인 세상이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정록 '90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착한 차본이, 녹색 기술이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건 지난 30년 국제기후 체제의 거짓과 위선"이라며 "일터에서, 지역에서, 거리에서 기후 정의운동의 다양한 현장을 조직하자"고 말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공공집행위원장은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한 제주제2공항 새만금, 백령도 등이 건설 예정에 있다"며 "모두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신공항 건설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의 장기적 위험 속에서 국가의 기후 대응이 우리의 삶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다"며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닌,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날 강남 교보사거리부터 강남역 11번 출구까지 대로가 집회 참가자들로 꽉 찼다. 미취학 아동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성별과 나이, 국적 상관 없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자연의벗연구소'라는 멸종위기종 연구단체 소속 참가자들은 수달, 큰고니, 저어새, 물범, 수달 등 동물 모양 모자를 쓰고 참여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 '나무닭움직임연구소'에서 왔다는 초등학생들은 멸종위기 새와 물고기 의상을 입고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부터 강남역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삼성역 방향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교통을 통제하고 행진 대열 인근에 경비를 섰다.

행진 도중 선릉역 인근에 있는 쿠팡 신사옥 앞을 지나가던 일부 참가자들은 쿠팡의 기후위기 대응을 문제삼으며 신사옥 건물에 홍보 전단물을 붙이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잠시 실랑이를 벌였다. 약 10분 소란이 발생했지만 참가자들이 행진 대열로 돌아가면서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907 기후정의행진' 일부 참가자들이 7일 오후 선릉역 인근 쿠팡 신사옥 건물에 홍보 전단물을 붙이려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 뉴스1 조유리 기자

'기후 재난 못 참겠다', '핵폭주를 중단하라', '개발을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던 이들은 바닥에 모두 죽은 듯 잠시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기후재난에 사라져 간 생명을 애도하는 의미다.

매년 반려견과 함께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해왔다는 30대 남성 한 모 씨는 "기후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강아지 데리고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