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내 이상형 아니야"… 직장인 5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최근 1년 내 직장 내 성범죄 작년보다 증가
스토킹 처벌법·방지법 제정에도 현실은 그대로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직장인 5명 중 1명이 일터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직장 내에서 성희롱, 성추행·성폭행, 스토킹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이 각각 22.6%, 15.1%, 10.6%로 집계됐다.
피해 경험 기간을 최근 1년 내로 좁혀보면, 지난 8월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교해 성희롱은 14.2%→20.8% 성추행·성폭행은 13.8%→20.8%, 스토킹은 15%→16%가 됐다.
특히 직장인 5명 중 1명은 일터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22.6%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해 본 적 있는지'라는 물음에 '있다'고 답했다.
일례로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동료 남성 직원에게 "나는 가슴과 엉덩이가 큰 여자가 이상형인데 누나는 내 이상형이 아니라 나랑 사귈 일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 항의하자 해당 직원은 A 씨에 관한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A 씨는 1년 넘게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에서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5.1%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54.3%)이 성추행·성폭행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23.2%가 성추행·성폭행 피해로 자해나 죽음을 고민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58.2%)과 비정규직(61.4%)이 남성(41.8%)과 정규직(45.6%)보다 높았다.
직장에서 스토킹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10.6%였다. 전체 피해자의 51.8%가 3년 이내 스토킹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응답자 절반 정도만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과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방지법) 제정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토킹 처벌법은 전체 응답자의 62.8%, 스토킹 방지법은 51.6%만이 인지하고 있었다. 또 전체 응답자 60%가 스토킹 방지법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장 내에서 성범죄를 가장 많이 일삼은 건 '임원이 아닌 상급자'였다.
성희롱 가해자의 40.7%,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의 41.7%, 스토킹 가해자의 34.9%가 '임원이 아닌 상급자'였다.
직장갑질119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장 내 성범죄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젠더폭력'이라고 진단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1년 사이 젠더폭력 방지를 위한 법 제도가 마련되거나 개선되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젠더화된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장 문화의 성평등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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