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충남까지도 가봤어요" 응급실 찾느라 3시간 헤매는 119

'응급실 뺑뺑이' 들어보셨나요?…"코로나 때 이상으로 바빠"
"관련 전공의 없어 허탕 치기도"…24시간이 모자란 구급대원들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남해인 기자 = "병원 앞에서 3시간도 기다려 봤어요. 안 받아준다고 해서 40~50번까지도 전화한 적 있어요."

지난 5일 <뉴스1>이 만난 서울 7년 차 구급대원 A 씨는 의정 갈등 이후 응급실 파행 운영 상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 의료 위기가 추석 연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골든 타임'에 쫓기는 119구급대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과부하 된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기다리거나 받아줄 병원을 찾아 1시간 이상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최근 더욱 심각해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A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이상으로 요즘 바쁘다"며 "의료진이 없어 1시간 이상 멀리 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멀리 나가도 갈 수 있는 응급실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중환자와 경환자의 선에 위태롭게 걸쳐있는 '애매한 환자'는 병원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게 당연해졌다.

A 씨는 "얼굴이 심하게 찢어진 환자가 있는 상황에서 체온이나 혈압이 조금만 떨어져도 중환자인 경우가 있다"면서도 "아직 중환자 정도는 아닌 경우 요즘엔 응급실에 못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새 우울증을 앓는 분이 많아서 약을 많이 먹은 경우가 있는데, 환자가 약을 얼마나 먹은 줄 몰라 병원에 중증 정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선 병원들은 '더 심각해지면 전화해달라'고 해 구급대는 계속 다른 병원을 연락하며 헤맨다"고 말했다.

서울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B 씨도 "1시간이 넘게 걸릴 때가 많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충남까지도 가봤다"며 "요새는 자기 권역이 아니면 안 받는다고 하는 병원이 많다"고 토로했다.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겨우 구해 이송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구급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응급의학과 의사 외 안과, 신경외과 등 다른 전문과 의사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에 내려와 환자를 진찰해 줄 전공의들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지금 병원에 없다.

서울 또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C 씨는 "1시간 넘게 돌다가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았는데 특정 과 진료가 필요한 상태라 응급실에 가서도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응급실 운영 현황은 전체 409개소 응급실 중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이 405개소다. 그중 27개소는 병상을 축소 운영 중이다.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연일 감소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경증과 비응급 환자는 전일(3일) 대비 103명 늘어난 6361명이며, 이는 평시(2월 1주) 대비 77% 수준이다. 응급실을 내원한 전체 환자는 1만 5051명이며 이는 평시 1만 7892명 대비 84% 수준이다.

이날 기준 응급실을 부분적으로 운영 중단한 병원은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총 4곳이다.

ur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