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되려 안달" "거울은 봐?"…헬스광 남편 폭언, 이혼 사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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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다이어트에 성공한 남편이 살을 빼라고 구박하고 폭언해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운동에 빠진 남편의 폭언이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A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먹는 걸 좋아하는 A 씨 부부는 주말마다 맛집 탐방하며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 남편은 "뱃살이랑 인격은 비례한다"며 아내의 다이어트를 말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단 조절과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는 건강검진 결과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남편은 "이제부터 야식은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매일 헬스장에 출석해 운동했고, 좋아하던 술과 라면 등도 모두 끊었다.

살이 몰라보게 빠진 남편은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더라.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근질근질하다"며 주말마다 맛집 대신 헬스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A 씨에게도 같이 운동하자고 제안했지만, A 씨는 발목이 좋지 않아 거절했다.

A 씨가 술을 권해도 남편은 물만 마셨고, 심지어 슬픈 영화를 볼 때도 근육 손실을 우려해 눈물을 참기까지 했다고. 이어 언젠가부터는 A 씨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살이 찐 거야? 아니면 부은 거야?", "거울은 좀 보고 사는 거야?", "누워있지만 말고 산책이라도 하고 와", "가끔 당신 보면 돼지가 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같아. 인생 포기한 사람 같다. 밖에 나가보면 날씬한 사람 정말 많다", "당신이 치맥 하는 동안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아?" 등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씨는 "남편 말에 너무 충격받았다. 제 뱃살과 팔뚝 살이 귀엽다고 종일 만지고 싶다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냉장고 문만 열어도 한심하게 쳐다본다"며 "이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게 두렵다.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남편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부 사이 대화도 단절됐다. 이런 것도 이혼 사유가 될까요?"라고 토로했다.

조인섭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부부 일방의 취미 생활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일은 흔하다"며 "단순히 소통할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돼야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며 "A 씨는 아직 남편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것 같으니 부부 상담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소통 단절보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의 폭언"이라며 "폭언은 배우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민법 제840조 3호에 의한 이혼 사유다. 이러한 폭언을 참고 혼인 관계를 지속하는 게 A 씨에게 큰 고통이라면 이혼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혼 소송 외에도 협의 이혼 방법이 있다. 가정법원에 함께 출석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1개월의 이혼 숙려기간이 지난 후 다시 출석해 이혼 의사 확인을 받을 수 있다. 확인을 받으셨다면 이혼 신고를 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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