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외압 수사' 1년, 마무리는 언제?…"9말10초 끝" vs "올해 어려워"

초대 공수처장, 올해 종결 부정적 vs 여당 의원 "연내 가능"
자료 검토만 2달 넘어…"인력에 발목 잡혀" 올해 처리 부정적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가 1년을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국방부 관계자 고발을 접수한 공수처는 국방부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 소환조사도 했지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관련 '구명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가 1년을 넘어가고 있는 만큼 공수처 수사가 9월 말 10월 초에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 불어난 의혹 등을 고려할 때 수사가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당發 '9말10초설'…초대 공수처장은 연내 종결에 부정 전망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4.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9말 10초 종결설'은 여권에서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내부적으로는 9월 말이나 10월 초에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9말 10초설'의 근거로 "공수처 파견 검사들이 10월에 임기가 끝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힐 뿐 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이 언급한 '공수처 파견 검사'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에 파견 검사는 없다. 연임 대상 검사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수사를 시간 정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은 지난 3일 같은 방송에 나와 연내 종결은 어렵다는 전망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월 19일에 퇴임식을 했는데 되돌아보면 수사 초기로 20~30% 될 것 같다"면서 "올해 안에 조사 마치고 한두 달 플러스해서 올해 안에 끝날 수 있을지 저도 지켜보고 있다"며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해를 넘길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임성근 구명 의혹'에 불어난 업무…공수처 수사, 만성 인력난에 발목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7.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나선 이후 지난 4월부터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소환조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공수처는 해병대원 순직사건 주요 혐의자 8명에서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6명을 제외하는데 관여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을 조사한 이후 2달 넘게 추가 소환이나 강제수사 없이 수사기록만 검토하는 등 속도가 한풀 꺾였다.

여기에 지난 6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김건희 여사와 연결된 이종호 씨 등이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함께 수사하게 되면서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던 공수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처장은 "사건 관계인 조사가 끝나야 하는데 최근 김규현 변호사가 새로운 의혹 제기에 대해서 수사 범위는 늘어났다"면서 "부장검사 둘에 검사 하나, 수사관이 4~5명이라고 한다. 8명 가지고 이렇게 큰 수사를 빨리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도 "김 전 처장이 말했듯 인력 부족 문제는 꾸준히 공식, 비공식적으로 말해온 바 있고 그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법조계서도 "연내 끝내기 어려울 듯" 중론

법조계에서도 공수처가 인력 문제로 인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연내 끝낼 수 있는 역량이 가능한가 의문"이라면서 "결국 수사 경험을 가진 인력이 충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연내 종결 주장은 가설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가 수사 역량을 의심받은 지 오래됐고 그 핵심은 인력"이라며 "지휘부가 소신을 갖고 사건을 정확히 파악한 후 수사의 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정훈 대령의 변호를 맡은 김정민 변호사는 "'9말 10초'를 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종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면서 "수사팀은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당에서 내놓은 주장인 만큼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없어,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국 특검 도입의 명분만 커질 것 "이라고 지적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