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보험 수령자는 중학 동창…'쑥떡' 물고 죽은 민속주점 여사장
여사장 52세 때 동창 A 씨 모친에 입양…유족은 '의문'[사건속 오늘]
보험사기 의심한 경찰 '증거불충분' 내사 종결…법원 지급 소송 기각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17년 9월 7일 새벽 경남 창원에서 민속주점을 운영하던 김경숙 씨(사망 당시 54세)가 자취를 감췄다. CCTV에는 오전 1시 20분쯤 김 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모습과 3시 30분쯤 간판 불이 꺼지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씨가 다시 발견된 건 6일 뒤인 9월 13일 밤이었다. 충격적이게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신고를 받은 구조대가 출동했을 당시 김 씨는 가게 안 좌식 테이블 쪽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전신에서는 사후 강직이 진행돼 있고 폭행이나 공격 흔적,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 발견 2시간 만에 진행된 시체 검안에서 숨진 김 씨의 입안에서 쑥떡이 발견됐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미상으로 나왔다.
부검 감정서에는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며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색으로 생긴 질식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나 사망 후 위 내용물의 역류에 의해 기도 내 음식물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입안에서 떡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질식이 아닌 위 식도 역류를 통해서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전문가의 소견이었다.
◇가입된 생명보험 22개…수령금 59억 원, 보험 체결 전후로 수익자 변경
사망 며칠 전까지도 건강한 모습이었다는 김 씨의 죽음은 사고사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어쩐 일인지 경찰 수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쑥떡을 먹고 숨진 김 씨 앞으로 50억 원이 넘는 생명보험이 가입돼 있던 탓이었다. 가입된 보험은 총 22개로, 수령금은 58억 6000만 원에 달했다. 수익자는 중학교 동창 A 씨였다.
보험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에 걸쳐 가입됐다. 사실상 같은 상품을 일주일 만에 중복으로 가입하거나 심지어 같은 날 두 회사의 보험에 가입된 날도 있었다. 계약 당시 사망 보험금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이었으나 보험계약 직후 또는 체결 후 2년 사이에 모든 수익자가 중학교 동창 A 씨로 변경됐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142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김 씨의 월 소득은 100만 원에 불과했다. 수중에 2~3만 원이 없어 마트에서 외상을 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던 김 씨가 2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납득되기 어려웠다.
◇친딸도 있는데 입양?…유족 "서류 작성 때 어머니는 시력 잃고 장애 판정"
경찰은 보험사기를 의심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2016년 4월 52세의 나이에 동창 A 씨의 모친에게 입양된 사실이 드러났다. 보험 수익자는 김 씨가 입양됐을 2017년 전후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 시신을 최초로 발견한 이는 A 씨 여동생의 남편이라는 제부 최 모 씨였는데, A 씨와 여동생, 최 씨 모두 보험설계사로 등록된 이력이 확인됐다. 영업 실적을 위해 많은 보험에 가입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유족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의 존재 여부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김 씨의 친딸은 자필 서명이 적힌 보험 계약서를 보험사 측에 요청했으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보험은 주로 TM(텔레마케팅)으로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김 씨가 본인을 확인하고 인증하는 과정에 본인 참여 여부를 판단하려 했으나 감정 결과 음량이 적거나 목소리가 작아 판정 불가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유족은 입양을 두고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입양을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딸을 끔찍하게 아꼈던 어머니가 허락했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김 씨에게는 딸도 있었다. 김 씨가 사망한 이후 어머니의 서명이 담긴 입양 서류가 발견됐으나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또 입양 서류가 작성됐을 무렵 김 씨 어머니는 시력을 상실해 장애 판정을 받았던 상태였다.
4년간 수사에 매달렸던 경찰은 2021년 12월 4년의 조사 끝에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142만 원 보험료 중 126만 원 A 씨 납부…재판부, 보험 계약 자체 무효 판단
A 씨는 2019년 11월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1억 5000만 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으나 2022년 3월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이백규 판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라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된다"라고 판시했다.
또 "사망 이외에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법정 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입양으로 자매지간이 된 것도 석연치 않다"고 봤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보험 수익자 변경 이유에 대해 "보험 계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험료 142만 원 중 126만 원을 A 씨가 내고 있었는데 김 씨의 보험 계약을 위해 거액의 보험료를 매월 납부하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또 "20개의 보험 계약은 대부분 보장성 보험으로 납부한 보험료가 적립되지 않는 소멸성 보험에 해당한다. 신체 건강한 김 씨가 굳이 사망보험금을 목적으로 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내사 종결한 결정을 두고서는 "형사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며 보험계약 체결 사유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경찰이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나 망인의 입양 경위 및 보험수익자 변경의 경위가 의심스럽고 A 씨가 김 씨 사망 전에 '독이 있는 음식'을 조사해 보기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김 씨 사망을 단순히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r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