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와 다툰 뒤, 성욕 주체 못해 여고생 납치 성폭행
성범죄 출소 김수길, 차 몰고 대상 물색…1년만에 또[사건속 오늘]
울부짖는 희생자에 "옷 벗어라" 협박…속옷 보며 흥분하는 모습도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독서실에서 한 시간만 더 공부하다 들어갈게요"
공중전화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끝으로 딸의 목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18년 전 오늘.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딸이 귀가 하지 않자 그날 새벽 3시 A 양의 부모는 신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반에서 1, 2등을 놓치는 법이 없었던 모범생 딸은 가출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2006년 9월 5일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 범인 김수길 체포…"내연녀와 다투고, 술기운에 성욕 참지 못해" 자백
경찰은 A 양의 행적을 역추적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학교에 있었던 이후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대구 달서구 송현동 일대 CCTV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실종신고 하루 전날인 4일 오후 10시 20분 달서구 대천동의 한 공중 전화부스에서 A 양이 집에 전화를 거는 모습을 찾아냈지만. 그 이후 행적은 밝혀낼 수 없었다.
실종 4일째가 지난 9월 8일 적막을 깨고 A 양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 전화였다. 이후부터 계속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다. 발신지는 서울역과 부산 서구청 인근 등지의 공중전화 부스였다. 의아한 점은 돈을 어떠한 곳으로 가져오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또 이 과정에서 "아빠 도와주세요, 여기가 완월동이라고 하네요"라는 쪽지를 주웠다는 한 남성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전화가 경찰에 걸려 오기도 해 수사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러던 중 13일 부산의 모 구청 민원실 CCTV에 노숙자를 시켜 협박 전화를 거는 한 남성의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남성을 특정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오후 대구 남구 서부 정류장 인근에서 범인 김수길(50)을 체포했다.
김 씨는 체포 후 범행을 계속해서 발뺌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토대로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고,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받았다. 그는 범행의 이유에 대해 "내연녀와 여자 문제로 싸우고 술김에 성욕을 참지 못했다"고 밝혔다.
◇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우는 여학생에게 "옷 벗어라" 협박
중고자동차 판매원 생활을 하고 있던 그는 직장을 그만둔 뒤 내연녀와의 마찰까지 발생하자 분노에 휩싸여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그의 진술과 달리했다. 김 씨의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
성범죄 전과자였던 김수길은 여고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뒤 자기가 쓴 시나리오에 따라 먼저 B 여고에 전화를 걸어 학부모인 척 연기를 하며 윤리 교사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 후 김 씨는 범행을 실행한 9월4일 밤 10시께 흰색 티코 승용차를 몰고 B 여고 옆 골목에 차를 세운 후 학교 앞을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B 여고가 어디냐? 윤리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말을 걸어 승용차로 유인하려고 했으나 김 씨의 범행 시도는 계속해서 미수로 끝났다.
다시 한번 위치를 바꾼 후 네 번째로 접근한 여고생이었던 A 양을 불러세운 김 씨는 같은 거짓말로 A 양을 유인했고, 이 말에 속은 A 양은 김 씨의 차량 탑승에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 자기 집에서 불과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A 양은 이렇게 납치를 당했다.
김 씨는 A 양을 조수석에 태운 뒤 달서구 대천동에 있는 옛 비상활주로로 이동하며 협박을 시작했다.
김 씨는 "소리 지르거나 반항하면 죽이겠다"며 A 양의 입을 막고 흉기로 위협한 뒤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집에 전화를 걸어 "새벽 1시까지 들어가겠다"고 말하도록 시켰다.
다시 장소를 옮겨 A 양을 성폭행하려 했고 "아저씨 살려주세요"라고 울며 저항하는 A 양에게 "옷을 전부 벗어라,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겠다"며 차 안에서 다시 한번 A 양을 성폭행했다.
◇ 동종범죄로 4년 복역…납치 순간 "반드시 살해한다" 다짐
김수길은 28세 때에 성폭행 등 성범죄를 저질렀고, 2001년에는 또다시 대구에서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범죄로 4년을 복역했다.
출소 1년 만에 또다시 동종의 범행에 나선 김수길은 과거 성폭행한 여학생을 살려주고 구속된 기억을 떠올리며,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납치 순간부터 A 양을 살려 보내줄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반드시 A 양을 살해하겠다고 마음먹은 김 씨는 자신의 욕망을 채운 뒤 목을 졸라 질식시켜 살해했다.
5일 오전 1시께 김 씨는 A 양의 시신을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부근 야산에 유기하고 급하게 나뭇가지를 덮고 귀가했으며, 다음날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시신을 칼로 훼손해 오욕하는 잔인한 행위를 하며 욕구를 한 차례 더 해소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
이미 A 양을 살해한 범행 이후에는 사건을 단순 인질강도 사건으로 위장시키기 위해 노숙자를 시켜 장소 등을 밝히지 않고 현금을 가져오라는 협박 전화를 걸게 하거나, 딸이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 쪽지를 남기는 등 치밀한 행위를 하기도 했다.
◇ 범행 입증 시간, 브라와 팬티를 보고 흥분하는 모습 보여
이미 과거 두 차례의 성범죄를 저지른 김수길이 또다시 동종의 범죄로 검거되자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 씨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돼 과거보다 훨씬 더 집중된 수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
체포 당시 울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 김수길은 범행을 자백한 뒤 태도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형사들에게 반말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등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는 듯 여유를 부렸다.
특히 현장 검증에선 A 양에게 용서를 빌겠다며 막걸리를 요구하고 절을 올리며 대성통곡을 하면서도 눈물은 흘리지 않으며, 우는 연기를 하는가 하면 범행 입증 시간에는 브라와 팬티를 보고 흥분하는 등 성 욕구 제어가 안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20년간 복역한 범죄자 김수길…"교화 가능성 있다" 무기징역 선고
악질 범죄자 김수길은 1956년생 강원도 출생으로, 미성년자였던 1973년 만 16세의 나이에 강도미수죄로 소년교도소에서 복역한 것을 시작으로 반복되는 범죄로 도합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뒤 1년 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자신의 성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또다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검찰은 김수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김 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며 계속해서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결국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 목적, 방법,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극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교화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성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던 범죄자 김수길은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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