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진화론 과학적 증명 없어"…야당 "목사 뽑는 자리 아냐"

인권위원장 후보자 "성소수자 인권과 표현의 자유 충돌"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9.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재 기자 =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진화론에 과학적 증명이 없다"며 종교적 신념을 여러 차례 강하게 드러내자 야당 의원들이 "목사 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안 후보자는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창조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인데, 반면 진화론은 과학적 증명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안 후보자가 과거 진화론과 창조론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강의 중 발언한 내용을 지적하며 "준 국제기구인 인권위에서 국제 규범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근본주의적 종교관을 가진 후보자는 사퇴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창조론, 진화론도 단순한 믿음의 문제"라며 "과학적 증거보단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에 대해 같이 가르쳤으면 좋겠지만, 인권위원장 되더라도 제 영역의 밖이다. 제 종교적 신념이 인권위 객관성을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후보자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나타내기도 해 청문회 과정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건 충분한 근거가 있다" "동성애는 특정 이념(공산주의)의 수단" 등 성소수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성적 소수자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큰 틀에서는 충돌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는 흑인 등 소수자에 대한 헤이트스피치를 표현의 자유로 보지 않고 금지한다며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소수자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합리적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고 의원은 "여기 목사 되려고 온 것 아니다. (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인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후보자 자격이 없다. 법조, 종교인이면 그런 소신 발언을 해도 상관없지만 인권위원장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이 반복되자 안 후보자는 "개인적 종교관이 인권위원장 업무 객관성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생활을 하면서도 신앙인이었지만 종교 편향, 종교적 이유로 가까이 일하는 사람들은 저에게 편향성 지적하거나 이로 인해 저를 비판한 사람 없었다.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제기된 문제점들을 유념하고 조심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