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미용실 무서운 반려동물…"피어프리하면 달라져"[펫피플]

피어프리코리아 공식 출시 기념 인터뷰
개·고양이, 한 살 어린아이처럼 대해야

지난 31일 서울시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피어프리 코리아 런칭 포럼에 앞서 마티 베커 수의사(오른쪽),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 등 피어프리 관련자들과 함께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미팅이 진행됐다. (에이아이포펫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반려견이 동물병원, 미용실에 들어가길 거부하나요? 반려견이 공포와 불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피어프리 과정을 거치면, 반려견이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변화가 생깁니다."

'피어프리(FearFree)' 설립자인 마티 베커 수의사가 반려동물 정서 관리로 얻을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질문에 한 답변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는 피어프리 코리아 런칭 포럼에 앞서 마티 베커 수의사,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 헨리 유 피어프리 아시아 총괄 디렉터 등 피어프리 관련자들과 함께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 미팅이 진행됐다.

피어프리는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공포, 불안,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행동학 교육 단체다. 반려동물 복지 향상과 보호자와의 유대감 강화를 위해 수의사, 반려동물 미용사, 트레이너 등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동물 보호소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피어프리, 미국에서 단기간에 성장한 비결은

미국의 다른 전통적인 반려동물 교육 기관에 비해 피어프리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그런데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동물 행동학 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공식 출시 후 전 세계 120개국에서 13만2000명이 넘는 반려동물 관련 전문가들이 피어프리 인증을 받았다. 현재 미국 수의학과 중 34개의 대학에서, 동물 테크니션 관련 학과로는 300개가 넘는 곳에서 피어프리 교육 수료를 졸업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티 베커 수의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피어프리가 처음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2년 반려동물 정서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300명 대상 강연을 준비했는데, 그날 나타난 사람은 단 7명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뒤에야 피어프리를 공식 런칭했죠. 그해 약 1000명 정도 교육받을 거라는 예상했는데 1만 명이나 수료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피어프리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반려동물의 '공포(Fear)와 불안(Anxiety), 스트레스(Stress)의 최소화'다. 줄여서 'FAS 관리'라고 칭한다.

관계자들은 피어프리 도입과 확산이 이어지는 비결로 이런 접근 방식을 꼽는다. 전통적인 행동학 교육이 문제 행동 수정에 중점을 두는 데 반해, 피어프리 교육은 해당 행동이 발생한 이유를 이해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피어프리 창립자 마티 베커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한 살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아이포펫 제공) ⓒ 뉴스1

'그게 왜 중요해? 스트레스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라는 반응도 많았다.

"우리는 강아지, 고양이를 한 살짜리 아이로 여겨야 합니다. 한 살 아이는 건강 관리를 위해 자기에게 행해지는 일들로 어떤 이득을 얻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얼마의 시간이 걸려 그 불편한 상황이 해소될지도 모르고, 극한의 공포를 느껴도 자신의 의지로 탈출하거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죠. 그래서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더 나은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은 네 발 달린 어린아이'라는 관점이 피어프리 교육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 피어프리 통해 얻는 변화…"반려동물·직원·보호자 모두 만족"

마티 베커 수의사는 "피어프리를 통해 반려동물의 정신 건강을 챙기면서 동물병원과 미용실에서 더 나은 처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동물병원에서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피어프리 적용은 소음과 시야를 차단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 페로몬 등을 활용해 반려동물이 덜 무섭게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간식을 활용해 동물병원 방문을 좋은 경험으로 여기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서워서 소변을 지리거나 심하게는 공격성까지 보이는 반려동물이 협조적이고 자발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미국에서 50년간 동물병원 임상 경력을 보유한 헨리 유 박사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보이는 스트레스 신호를 무시하고 강제로 붙잡거나 보정할 일이 줄어드니, 사람과 동물 모두 다칠 위험이 낮아졌다"면서 "동시에 보호자와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피어프리 공식 홍보대사 배우 다니엘 헤니가 피어프리 코리아 런칭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4.9.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아시아 국가 중 최초, 피어프리 코리아 공식 런칭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이아이포펫(대표 허은아)이 피어프리와 독점 제휴 계약을 맺고, 한국에 피어프리를 공식 출시했다. 에이아이포펫은 반려동물의 건강을 미리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솔루션 앱 '티티케어', 반려동물 영양제 '낼름'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허은아 에이아이포펫 대표는 "신체적인 건강 관리를 넘어 반려동물의 멘탈까지 관리하는 진정한 웰빙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어프리를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아이포펫은 앞으로 피어프리 교육 사업을 맡아 진행하게 된다. 하반기 중 피어프리 교육 프로그램의 오디오 대본을 한국어 파일로 제공할 예정이다.

허은아 대표는 "보호자가 반려동물 정서 관리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자 대상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국내에 피어프리가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