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립병원 수어 통역사 배치 의무화 추진…조례 발의

이소라 서울시의원 "어떤 장애든 건강권·생명권 누려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마이클 코처가 2022년 수어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 시내 시립병원 12곳에 청각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돕는 수어 통역사가 배치될 전망이다. 현재 12곳 가운데 3곳에만 통역사가 상주해 있어 청각 장애인들이 응급 상황 등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비례)은 최근 '서울특별시립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서울 시립병원들이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체계'를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했다. 특히 수어 통역사 채용을 의무화했다.

이 의원은 "공공 병원인 시립병원에서조차 청각 장애인들이 응급 수술 등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원활히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어떤 장애든 건강권·생명권을 누리는 데 지장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수어 통역사 배치를 우선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7월 기준 시립 병원 12곳 가운데 단 3곳에만 수어 통역사가 상주해 있다. 청각 장애인들은 직접 수어 통역사를 고용해 동행하거나, 수어 통역사가 없는 경우 필담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청각 장애인 A씨는 "비장애인들은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필담으로는 각종 치료를 받을 때 실시간으로 표현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이 어렵다"며 "의료 기기 치료 등을 받을 때 즉각적인 소통이 안 되다보니 엉뚱한 부위를 치료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례안에 대한 의원들 간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돼 있어 본회의 통과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17명의 의원이 이 의원과 조례안을 공동 발의한 가운데 서울 시립 병원들은 이미 수어 통역사 채용에 착수했다.

이 의원은 "기존에 수어 통역사가 상주하던 곳 외에 3곳의 병원이 수어 통역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한편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서비스는 현재 상당수 대형 민간 병원에도 미비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서울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 등 주요 의료 단체들은 인건비가 병원 측에 지나친 부담이라며 관련 입법 시도 등에 반대하고 있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