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 속 임신부 홀로 '낑낑'…눈치챈 기사가 차 세우고 자리 마련

(JTBC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출근길 만원 버스에 올라 숨을 몰아쉬던 임신부가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자리에 앉아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JTBC는 서울 망우동에서 상암동을 오가는 270번 버스를 20년째 오가고 있는 기사 전진옥 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전 씨는 "270번 노선에 노약자가 많은 편이라 늘 (승객을) 세심하게 보는 편"이라며 최근 임신부 A 씨가 탔던 때를 떠올렸다.

A 씨는 당시 출근 시간 만원 버스에 탑승했는데,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승객이 들어찬 버스에서 다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느라 아무도 임신부인 A 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노련한 버스기사인 전 씨만이 A 씨를 알아보고 유심히 살폈고, A 씨가 힘겨워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당시 임신부석, 노약자석에도 다른 승객이 착석한 상태였고 이 때문에 전 씨는 '내가 개입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전 씨는 신호 대기를 받았을 때 빠르게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일어나 승객들에게 "임신부가 계신다, 자리 좀 양보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한 여성이 A 씨에게 자리를 내어줬고, 덕분에 A 씨는 남은 9개 역을 가는 약 20분 동안 편안히 앉아 갈 수 있었다.

(JTBC 갈무리)

A 씨는 내리기 전 기사를 찾아가 고개를 꾸벅 숙였고, 버스회사 홈페이지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며 칭찬글을 올렸다.

전 씨는 "임신부가 앞으로 나오셔서 너무 고맙다고 그래서 내가 죄송하다고 했다. 내가 미리 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기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내가 더 고맙다고 인사했다"며 A 씨와의 대화를 기억했다.

전 씨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생긴다"며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나도 만삭 때 버스 탔는데 사람이 많으면 다들 잘 모른다. 그때 한 청년이 알아보고 양보해 줬는데 지금도 종종 기억난다. 감동적이다", "아이고 기사님 너무 감사하다. 존경스러운 분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하는 기사님 너무 든든하다, 자리 양보해 준 여성분도 다 복 받으시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