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가해자 10명 중 7명 '10대'…"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다"
형식적 성교육 "지루한 영상 트는 방식, 학생들 안 봐"
유명무실한 '의무교육'…"시대상 반영·성인지 감수성 높여야"
- 남해인 기자,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이기범 기자 = 딥페이크 성착취물 가해자 중 1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학교 성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교생 대상 대형 강의에서 성에 대한 지식만 전달하는 방식을 넘어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2일 현행 교육기본법과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연간 15시간 시수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이 각 1시간씩 총 2시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성매매 예방 교육을 더해 총 3시간이 의무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 성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자치법에 따라 현행 성교육은 교육부 차원의 표준화된 교육 과정 없이 시도교육청이 제각각 관리한다.
◇형식적 성교육 "지루한 영상 시청, 잘 이뤄질 턱 없어"
대다수 학교는 외부 단체 강사를 섭외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강의를 방송으로 송출하거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딥페이크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정보·실과 교과의 '디지털 윤리 교육' 중 교사 재량으로 짤막하게 다뤄지거나 다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 이 모 씨(28)는 "성교육 시간에 2·3학년은 보통 자기 할 거를 하는 분위기고 1학년 정도만 열심히 들으려고 한다. 지루한 영상을 틀어두는 방식이기에 잘 이뤄질 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강사가 섭외돼 큰 공간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학생들 집중도가 높진 않다"고 덧붙였다.
경기 지역 고등학교 교사 심 모 씨(30)는 "교과 수업 준비하고 행정 업무하느라 바쁜데 제대로 성교육을 하겠다고 강사로 나설 수 있는 교사도 없다"며 "성교육은 외부 강사나 동영상을 통해 '시간 때우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생들이 올바른 성관념을 확립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은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4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총응답자 484명의 92.8%는 '성평등 관련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수업을 준비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성평등 실천 의지 없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학교 성평등 관련 업무에 담당 교사를 지정한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도 56%에 달했다.
정보기술 활용에 능숙한 10대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제작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전체 피의자 중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딥페이크 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1∼7월은 73.6%를 기록했다.
전체 가해자에서 10대 비중이 늘어나면서 피해자도 10대인 경우가 많다. 10대 피해자 수는 2021년 53명, 2022년 81명, 2023년 181명으로 늘고 있다. 피해자 10명 중 6명이 10대로 나타났다.
◇정보기술 활용 능숙한 10대…"시대상 반영·성인지 감수성 증진 필요"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가 10대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어 내실 있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 폭력'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교육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장병순 부산 기장초 교사는 "그동안 성교육은 이슈가 되는 사건이 생기면 대응해서 급하게 추가되는 방식의 '사후 약방문'이었다"며 "현 성교육은 젠더 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피해자를 조심시키고, 가해자는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끝난다"고 꼬집었다.
장 교사는 "교사들이 이런 내용을 직접 다루려고 하면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지난한 길이지만 이런 교육을 보장하는 교육 당국 차원의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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