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가족 나들이에 들뜬 딸·아들 목 조른 친부
이혼 후 자녀 노모가 양육…잔소리하자 '작별' 결심[사건속 오늘]
자녀만 사망…아들 "아빠 여행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커서 보답"
- 박태훈 선임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3년 11월 7일 오전 창원지법 형사4부(장유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당시 56세)에 대해 "살려 달라는 자녀의 애원을 뿌리치고 잔혹하게 실해, 인간임을 거부했다"며 "사형을 내려 올바른 가정, 가장의 노릇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사형을 구형했다.
A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너무 큰 죄를 저질렀다. 아이들에게 참회하고 뉘우치고 살겠다"며 사형만은 면해 줄 것을 청했다.
A는 10년 전 이혼한 뒤 자녀(2007년생 딸, 2009년생 아들) 양육을 위해 경남 산청의 어머니 집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이 대책 없이 집으로 오자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걸핏하면 손자, 손녀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이 일로 A는 어머니와 여러 차례 말다툼하던 끝에 감정이 폭발, "이럴 바에야 아들, 딸과 함께 저세상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2023년 7월 중순부터 자신의 생각을 계획에 옮기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불면증 진단을 받은 뒤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처방받는 한편, 범행에 사용할 철끈, 케이블 타이 등을 준비했다.
A는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와 아들의 중학교에 "아이들과 함께 현장학습 간다"며 허락을 받아낸 뒤 8월 26일(토) 자신이 타고 다니던 1톤 트럭 편으로 산청을 떠나 남해와 부산을 거쳐 27일 밤늦은 시간, 아버지 묘소가 있는 김해시 생림면의 한 야산에 왔다.
부친 묘소 부근에 도착한 A는 8월 28일 밤 12시를 막 넘길 무렵 트럭 안에서 딸과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112에 "내 손으로 아들, 딸을 죽였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A는 위치 추적 끝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딸과 아들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에서 A는 "분가하려 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해 그것도 안 됐다. 내가 없으면 아들, 딸이 모친에게 더 구박받을 것 같아 내가 데려가려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A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트럭 블랙박스에 담긴 아들 목소리를 들려줬다.
중학생 아들은 생전 처음 가족 여행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버지, 같이 여행을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나중에 커서 보답할게요"라고 했다.
이런 아버지가 누나를 죽인 뒤 자신마저 목을 졸라 죽이려 하자 아들은 "살려줘, 아버지, 살려주세요"라며 10여 분간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애원했다.
수사 당국은 A가 진짜 자녀들과 함께 세상을 뜨려 했는지, 오히려 자녀들을 걸림돌로 생각한 것 아닌지 의심했다.
검찰은 "A가 모든 책임을 어머니에게 떠넘기고 반성하는 빛이 없이 가족에게 국선이 아닌 사선 변호인을 붙여 달라는 등 형량 줄이기에만 신경을 썼다"며 질타했다.
검찰은 여러 정황을 볼 때 A를 용서할 의미가 없다며 사형을 내려달라고 청했다.
2023년 12월 14일 창원지법 형사4부(장유진 부장판사)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 범행에 취약한 미성년자로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하지만 "결심 공판 때 죄를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검찰의 사형 구형을 뿌리치고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즉각 항소한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2024년 6월 14일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2부(허양윤 고법판사)는 "자신이 보호해야 할 미성년 자녀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행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원심이 선고한 유기징역형만으로는 A 씨 죄에 상응하는 정도의 형사상 책임이 부과됐다고 보기에 부족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무기징역형으로 형을 높였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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