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인가 실화인가"…서울 한복판 잇단 '땅 꺼짐' 대체 왜?

"언제 또 꺼질지 몰라" 시민들 불안 가중…상하수관로 누수가 주원인
지표투과레이더로 감지 못하는 싱크홀도…점검 횟수·장비 늘려야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승용차가 빠져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여성 A 씨(76)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운전자인 남성(82) 또한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온라인커뮤니티) 2024.8.29/뉴스1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재난 영화 한 장면인 줄 알았어요.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운전하기 무섭네요."(경기도에 사는 20대 직장인 백 모 씨)

서울 서대문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종로 인근에서 땅 꺼짐이 또 발견됐다. 서울 도심에서 연이어 땅 꺼짐과 도로 침하가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땅 꺼짐이 생길 때마다 이를 되메우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에 초점을 맞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제 또 꺼질지 몰라"…시민들 불안 가중

경기도에서 자동차를 타고 통근하는 백 모 씨(28·여)는 1일 "연희동 사고 영상을 직접 보고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씨는 "언제 또 꺼질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며 "운전하다가 싱크홀을 마주해도 절대 못 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29일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의 대형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반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차가 통째로 빨려들려가 차에 타고 있던 노부부가 중상을 입었다.

'연희동 땅 꺼짐'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 도심에서 도로 침하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튿날인 30일 오후에는 연희동 땅 꺼짐 인근에서 도로 침하가 추가로 발견됐다. 전날 사고 지점과 불과 30m 떨어진 곳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종로구와 강남구에서 잇따라 땅 꺼짐과 도로 침하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에서 종로3가역 방향으로 가는 도로 3차로에 가로 40㎝, 세로 40㎝, 깊이 1.5m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에서 7호선 학동역 방향으로 가는 편도 3차선 도로 3차로가 일부 침하했다.

◇노후된 상하수관로 누수, 폭우 등이 원인

2022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도심지 지반침하의 원인과 대책'에 따르면 지반 침하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지목된다. 요컨대 △연약지반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경우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 '공동'이 생긴 경우 △상하수관로 손상으로 누수 등이다.

이중 싱크홀의 주된 원인은 상하수관로 손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노후화된 상하수관에서 물이 새면서 주변 흙을 유실시켜 지반이 주저앉는 식이다.

특히 땅 꺼짐은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장마철 많은 비가 한꺼번에 땅속에 스며들면 지반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땅속 빈 공간인 '공동'이 생기면서 침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침수 지대, 노후 상하수관 주변, 공사장 인근이 위험 구간이다.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대교 방면 성산로에서 땅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승용차에 탑승 중이던 70대 여성과 80대 남성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4.8.2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다만 지난 29일 발생한 연희동 일대 땅 꺼짐 1차 조사 결과 노후 수도관 등 지하 시설물 파손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시는 인근 빗물 펌프장 공사 영향, 여름철 강수량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내용을 심층 분석 중이다.

◇자칫하다간 대참사…"발생 원인 따른 대책 필요"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투입해 매년 정기적으로 예방 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싱크홀을 모두 예측하긴 어렵다. 연희동도 매년 진행하는 조사에서 특별히 문제점이 없었다.

GPR은 땅속으로 침투되는 레이저 파장이 지하 5m 이내에 머물러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땅 꺼짐 감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에는 레이더 투과력이 낮아져 일부 장비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계절적 한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형성된 공동을 찾는 것과 더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발생 원인에 초점을 맞춰 실효성 있는 사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땅 꺼짐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점검과 예방이 중요하다"며 "땅이 단단한 겨울철과,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는 여름철에 각각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기 점검 주기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