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가방 수상해, 흉기 같다"…'일본도 살인' 전날도 주민 신고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서울 은평구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을 향해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피의자가 사건 전날에도 물의를 일으켜 경찰이 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아파트 단지 앞 정문에서 백 모 씨(37)가 길이 120㎝ 일본도를 같은 아파트 주민인 40대 남성 A 씨에게 여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 전말이 다뤄졌다.

피해자 A 씨는 사건 당일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아파트 단지 앞으로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아파트 정문을 비추는 CCTV에는 사각지대에서 1차 공격을 한 뒤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A 씨 뒤에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피의자 백 씨는 범행 후 칼을 챙겨 집으로 달아났다. 살해 1시간 뒤 주거지에서 체포된 백 씨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백 씨는 평소 검고 긴 가방을 들고 다니고 욕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왔다. 자주 이용하는 아파트 헬스장에서도 운동하다가 욕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최근 1년간 접수된 백 씨의 경찰 신고 기록은 총 7건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6월에 이어 7월에 신고 건수만 4건에 달했고, 사건 전날인 28일에도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백 씨와 시비가 있었다는 B 씨는 "오후 11시 20분쯤 카페에 앉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웬 사람이 들어와서 카페 안을 한 번 훑어보고 '너 나 아냐'는 식으로 말했다. 어이가 없으니까 허탈하게 웃었는데 조금 이따가 욕설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길거리에서 흡연하고 있었는데 제 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더라. 골프채 가방을 멘 채로. 그 사람은 제가 담배를 피우면서 째려봤다고 생각하고 카페까지 들어온 거다. 사람을 그 가방으로 가리킨다든지 이런 행동을 하니까 위험해질 것 같아서 맞대응하지 않고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신고 직후 백 씨는 가방을 챙겨 달아났고 신고자 B 씨는 백 씨가 든 가방의 위험성을 출동한 경찰에게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가해자가) 가방을 계속 소지한 채로 돌아다니는 게 수상해서 경찰들한테 그걸 계속 이야기했다. '골프채 가방을 계속 들고 다닌다' '흉기로 보이는 물건을 계속 들고 다닌다' 경찰들한테 계속 그걸 주지시켰다. 그때 당시에는 그게 도검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백 씨에게 무참히 살해된 A 씨도 비슷한 이유로 시비를 걸어온 남성과 마주친 바 있었던 걸로 확인됐다. 피해자 유족 측 변호사는 "이 사건 몇 달 전에 남편이 (아내에게) 얘기하기를 어떤 젊은 남성이 자기를 보고 '왜 쳐다보냐?' '당신 나를 아느냐'라는 식으로 시비를 건 적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이어 "피해자가 그 젊은 남성에게 '나는 당신을 모른다, 당신은 나를 아느냐'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남성이 '당신 천으로 된 시장 가방을 맨날 들고 다니는 사람 아니냐?'라고 얘기했다는 것을 아내에게 말한 적 있다고 한다. 저희가 봤을 때는 가해자가 '당신 시장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 아니냐?'라는 얘기를 할 정도면 적어도 수회 정도는 (피해자가) 그 가방을 들고 다니는 장면을 인지해 왔고 그렇게 얘기를 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 씨에게 시비를 걸어온 사람이 백 씨였다면 우발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람의 망상을 고려하면 계획된 범죄로 보는 게 맞다. 왜냐하면 칼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골프 가방을 계속 들고 다녔고 이 사람 머릿속에서는 언젠가 이 칼을 쓸 일이 있다고 생각했던 거고 쓸 일이 있을 때 언제든 난 이 칼을 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동반된 행동 아닌가. 자기를 조금 우월한 위치로 끌어올려서 과대사고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범행 도구로) 선택을 한 게 일본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ong@news1.kr